대선주자들 너도나도 ‘일자리대통령’ 외치며 해법 제시… 공약 실효성은 물음표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공약 경쟁은 계속되는 고용한파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월 실업률이 2010년 1월 이후 7년 1개월 만에 다시 5.0%를 기록하는 등 지표상 드러나는 위기가 만만찮다. 불안 고조 속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질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대선주자들도 이에 부응하기 위한 해법들을 각각 내놓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두고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잖다.
논란의 가장 중심에 있는 건 아무래도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이다. 관 주도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어서 세 부담 증가 우려가 높다.
문 전 대표는 대기업 중심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들고 나왔다.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21.3%인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7.6%에 그친다는 점이 공약을 뒷받침하는 이유로 제시됐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을 3%포인트 올려 OECD 평균의 반만 맞춰도 일자리가 81만 개 늘어난다는 것이다.
소방`경찰 부족,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증가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빠졌다는 데서 물음표가 붙는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므로 한 번 채용이 되면 근속연수만큼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 공무원 81만 명이 늘어날 경우 인건비 폭증 부담을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의미다. 문 전 대표 측은 “8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경우 매년 4조 ~ 5조 원씩 5년간 21조505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인건비 부담이 5년으로 끝나는 게 아닌 이상 재정부담을 감당할 재원 마련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일자리 공약을 내놓으면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빠뜨렸다. 재량 예산 절감, 예산 수선순위 조정, 추가경정예산 편성 정도를 언급했을 뿐이다.
다른 당은 물론 같은 당 대선주자들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진 건 그래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6일 합동토론회에서 “공공일자리를 돈 없이 만든다면 신이 하는 일이다. 재원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81만 개 공공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결국 증세하자는 주장”(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세금을 얼마나 더 거둬야 하는지 말해야 한다”(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며 여기저기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협공을 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의 뚜렷한 입장 발표는 아직이다.
이 때문에 ‘증세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던 문 전 대표가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공공부문에서 손쉽게 일자리를 늘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기업과 민간 주도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민주당 소속 안희정 지사, 국민의당 안 전 대표의 구상이다. 정부는 기반을 조성해 주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지사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낡은 패턴”이라며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환경 조성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내놓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기업과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가 성장할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와 정치의 역할”이라면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의 임금을 대기업의 80% 정도로 맞추기 위해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임금을 지원하는 등 특히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는 공약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7일 “공약에 소요될 재원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예산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해 일반 유권자로선 파악이 힘들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 보니 대선주자 각 캠프에서도 공약의 실효성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