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를 시장의 예상만큼 가속화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아시아 경제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론 상,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수출 의존도 높은 아시아 경제에는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도 그럴까.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유도 목표치를 0.75~1.00%로 25베이시스 포인트(1bp=0.01%p, 0.25%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첫 금리인상이자 10년 새 세 번째 금리인상이다. 그러면서 연준은 경제전망에서 연내 추가로 두 번의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시사했다. 2017년에 3회의 금리인상을 전망한 기존 방침을 유지한 것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미국 경기 회복이 눈에 띄게 진행되면서 연내 총 4회의 금리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BBC는 연준이 긴축 주기(tightening cycle)에 돌입해 통화정책의 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건 실제로 대부분의 아시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여기에는 추가적인 수입관세나 다른 요소가 ‘완만한 속도의 금리인상 효과’를 상쇄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전되면 금리가 오른다. 이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방증이다.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수요가 늘어 아시아 기업들은 대미 수출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무역 상대국인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된다. 중국 한국 대만 일본 등 수출 의존도 높은 나라들의 잠재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대로라면 아시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다 아시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 표시 부채까지 보태면 상황은 더 암울하다. 아시아 기업들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도입되자, 수익을 추종하는 자금이 아시아로 흘러들며 부동산과 주식가격 상승의 단맛을 봤다. 더불어 아시아의 기업들은 낮은 금리에 미국 달러화를 빌려 사업 확장에 앞다퉈나섰다. 덕분에 미국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도입한 거의 10년간 아시아 기업들은 놀라운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리에 미국 달러화를 대거 빌렸던 아시아 기업들은 이제 그 빚을 갚기 위해 고심하는 처지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은 성장 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 막대한 부채 문제에 직면한 중국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기업, 가계 부문의 부채는 2015년 시점에 약 26조 달러(약 2경9426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255%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엄청난 액수이며, 이 부채에는 엄청난 액수의 이자비용이 붙는다. 일각에선 중국은 정부가 경제를 통제하기 때문에 부채 역시 통제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시장주도형 경제로 전환해나가는 과도기다. 세계 경제의 일각을 차지하게 될수록 외부 영향에 더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어쨌든 미국의 금리는 계속 오른다. 아시아 지역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난 10년간 부동산과 주식 가격을 끌어올린 저금리 시대의 종말에 대처해야 한다.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악재는 우선 아시아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며, 여기에 트럼프에 의한 보호무역주의까지 더해지면 아시아 기업의 수익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