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Eye] 국제유가 50달러선 붕괴...산유국 감산 효과에 무임승차하는 美 메이저들 탓?

입력 2017-03-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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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또 출렁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공급 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애초에 무리였던 것일까. 장기 저유가 국면에서 살아남은 미국 셰일 업체들이 생산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15년 만에 의기투합한 산유국들의 감산 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달러(2%) 내린 배럴당 49.28달러로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30일 이후 최저치다. 유가는 에너지정보청(EIA)이 전날 발표한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주저앉더니 이내 배럴당 50달러선이 무너졌다.

▲WTI 1개월간 추이. FT

“셰일 사업을 다시 시작할 때가 왔다.” 미국 대규모 셰일업체인 헤스코퍼레이션의 존 헤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산업 콘퍼런스 ‘CERA위크’에서 셰일유 생산을 본격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작년 CERA위크 때만 해도 화두는 ‘셰일유의 생존’이었는데, 1년 새 상황이 반전돼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로 바뀐 것이다.

헤스 CEO의 발언은 셰일의 부활을 알린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것이다. 장기 저유가 국면에서 살아남은 셰일 업체들은 올들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증산에 나서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 마르키트는 “비용 절감이 진행된 미국 셰일유 생산은 예상치 못한 기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미국 원유 생산은 하루 60만~90만 배럴 증가 것으로 예상했다.

셰일유가 증가함에 따라 OPEC의 경계도 강해지고 있다.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7일 “(감산 효과) 무임 승차는 노(No)다. 감산을 틈 타 셰일유가 폭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셰일유를 증산하는 게 셰일업계 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최대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의 신임 CEO인 대런 우즈는 셰일유를 핵심 수익원으로 키울 작정이다. 경쟁사인 셰브론의 존 왓슨 CEO도 셰일유 생산에 중점 투자 하겠다고 공언했다.

우즈 CEO는 석유 메이저들이 경쟁하듯이 셰일유로 이동하는 것은 유가의 앞날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형 유전의 경우, 거액을 한꺼번에 투자해 장기에 걸쳐 회수하려는 계획은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셰일유는 리스크가 비교적 적다. 1개월 안에 시추를 시작해 생산도 가능하다. 그동안 메이저들은 셰일 시추에 뒤쳐져있었지만 기술을 익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엑손모빌은 2020년까지 3년간 투자계획 중 약 절반을 셰일유를 중심으로 단기에 투자해 회수할 수 있는 사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미 셰일 생산은 하루 70만 배럴(천연가스 포함)로 미국 셰일업계에선 최대 수준에 달했다. 여기에 셰브론까지 가세하면 수 년 안에 석유 메이저가 셰일에서도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CERA위크에서는 셰일 업계와 석유 메이저 수장들, OPEC 회원국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이런 국제 원유시장의 새로운 주도권 다툼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시 회동에서는 원유 생산을 놓고 미국 셰일 업계와 OPEC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원유 시장의 실상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 했지만 유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OPEC이 협의해야할 상대는 비OPEC 회원국이 아닌, 미국 메이저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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