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품권 판매 9조 ‘사상 최대’ … 뇌물·비자금 창구?

입력 2017-03-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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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이상 고액권 1조357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 증가

지난해 백화점·대형마트·정유사 등에서 발행하는 상품권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9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상품권과 관련한 관리·감독 규정이 없어 돈세탁 등 음성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조폐공사가 발행한 유통사·정유사·전통시장 등의 상품권 발행규모가 9조552억 원으로 전년(8조355억 원)보다 1조197억 원(12.7%) 증가했다. 상품권 발행 규모가 9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조폐공사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체 상품권의 90% 이상을 발행하는 곳이다.

연도별 상품권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 2011년 4조7800억 원에서 2012년 6조2200억 원으로 30% 가까이 급증하더니 2013년에도 8조2700억 원으로 30% 이상 늘어났다. 2014년에는 6조8800억 원으로 감소했으나 2015년 들어 다시 8조 원대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9조 원을 넘겼다.

10만 원권 이상 고액상품권 발행액은 지난해 5조2083억 원으로 전체의 57.5%를 차지했다. 더욱이 액면가가 50만 원 이상인 고액의 유통사 상품권 발행액은 1조357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상품권은 유통업체 등 발행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유통업체는 상품권 발행을 통해 신규 매출을 유도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고 소비자는 상품권의 용처가 갈수록 확대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하경제를 확대하는 암적인 존재로 악용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해 9월 28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첫 해에 상품권 발행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3개월간(2016년 4분기) 법인카드로 구매한 백화점 상품권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것이다. 기업이 법인카드를 접대비 등 결제에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돼 상품권 이용을 늘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1999년 상품권법 폐지 이후 관리·감독의 장치도 사라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 상품권법에서 규정하던 상품권의 발행자 인허가, 발행, 상환, 미상환 등의 보고와 검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9조 원이 넘는 상품권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쓰는지도 파악할 수 없어 리베이트나 뇌물, 기업 비자금 조성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을위한시민연합(경실련) 같은 시민단체에서는 상품권법 입법 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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