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T맵 고도화에 나서는 등 자율주행차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T맵을 HD급으로 고도화해서 자율주행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며 “자율주행은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T맵 고도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도화된 T맵은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 부분을 무선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이 지원될 예정으로, 이를 바탕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서비스를 올해 중ㆍ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한 달 전 엔비디아 회장을 만나 T맵 고도화에 관한 논의를 했다”며 “엔비디아와 지금보다 10배 정도 정교한 HD 수준의 T맵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내 도로지능망 시스템이 울리기 전에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사고 인지 시간을 단축시키는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사장은 자율주행 산업에서의 이동통신사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자율주행이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차 전체에 센서가 부착돼야 하는데 센서가 차 밖의 도로 환경이나 주변 차량과 통신하는 것은 우리의 사업영역”이라며 “자율주행차가 확대되면 자동차 제조업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의 기반 서비스가 되는 5G 통신 사업도 2년 안에 상용화할 방침이다.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올 연말에 강남, 분당 등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시범 테스트베드(Test Bed)를 조성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5G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박 사장은 “5G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를 우리에게 가져올 것”이라며 “상용화를 위해 관련 글로벌 장비 업체들과 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퀄컴을 만나 연말까지 5G 칩 표준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다”며 “삼성전자의 고동진 사장, LG전자의 조준호 사장을 만나 제조업체가 해야 하는 역할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우리의 역할 등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사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 축으로 미디어ㆍ인공지능(AI)ㆍ사물인터넷(IoT) 3가지를 꼽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가 미디어”라며 “플랫폼이 성공하면 우리나라 콘텐츠 사업을 조금 더 유리한 조건으로 글로벌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의 모바일 TV 옥수수가 중국에 진출하면 중국의 넷플릭스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 사장은 ‘한국형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업자이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데에는 한국만의 독특성이 있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은 글로벌 톱플레이어 수준과는 많이 떨어져 있다”며 “글로벌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미 상용화된 왓슨을 파트너로 삼아 한국형 인공지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수준 높게 유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독자적으로 이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IoT와 관련해선 “IoT 생태계를 키워서 편익을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상반기 중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는 “자회사를 보면 피를 흘리는 사람에게 링거를 꽂아주는 게 꼭 좋은 솔루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양제를 주는 게 아니라 지혈을 하는 것”이라며 “상반기 중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