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79개사의 이익단체인 저축은행중앙회가 회원사들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 탓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중앙회는 개별 저축은행들의 자산 규모, 대출 포트폴리오 등이 타 업권에 비해 상이하다 보니 의견 조율과 예산 집행 등에 힘겨워하고 있다.
자산 규모만 해도 가장 큰 곳과 작은 곳은 250배 차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 자산은 5조248억 원이지만, 대원저축은행의 자산은 209억 원이다.
대형사들은 회비도 더 많이 내고 시장 점유율도 높은 만큼 중앙회 총회에서 더 많은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회는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회비는 자산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 만큼 대형사일수록 내는 돈이 더 많다. 그 외 중앙회의 공동전산을 사용하는 저축은행들은 별도의 회비(전산사용료)를 납부한다.
저축은행 대표들은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중앙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사업계획, 임원 선출 등 안건에 대해 투표를 한다. 1개 저축은행당 1표씩이다. 일부 대형사들은 업계 지배력이 높은 만큼 더 많은 의결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소형사들 눈치를 봐야 하는 중앙회로선 입장이 난감하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대형사라고 해서 총회에서 의사결정권을 1.5장 주면 중소형사들이 가만히 있겠냐”며 “중소형사들이 우리는 회원사 아니냐고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단일한 이슈가 없다는 점도 중앙회의 회원사 간 조율을 힘들게 하는 한 요인이다.
TV광고 시간 규제가 대표적이다.
TV광고를 하는 대형 저축은행 4 ~ 5곳은 시간 규제 문제를 중앙회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나서 주기를 바란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광고를 하지 않는 만큼 이 이슈에 별 관심도 없을뿐더러 예산 투자를 하는 것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산문제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대립이 심하다”며 “대형사가 ‘금융이나 언론 정책에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하자’고 제안하면 (이쪽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중소형사는 ‘굳이 해야 하냐’며 반대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앙회는 TV광고 시간규제 문제에 적극 나서는 것이 일부 대형사만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의식할 수밖에 없다.
대출 포트폴리오도 저축은행별로 다르다 보니 당국 정책에 대해 일관된 대응이 나오기 함들다. 가계 신용대출에 영업력을 쏟는 곳이 있는가 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체 대출만 하는 곳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건전성 강화도 개인 신용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개인대출을 많이 하는 곳은 예민하지만 사업체 대출을 많이 하는 곳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