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의 미국 재무장관 인준안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찬성 다수로 통과됐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개편 등 ‘미국 우선주의’ 공약 실행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미 상원은 본회의 투표에서 므누신 재무장관 인준안을 찬성 53표,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므누신은 투표 후 제77대 미국 재무장관에 취임했다. 므누신은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으로 작년 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에서 자금 조달 역할을 담당했다.
므누신의 재무장관 인준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무려 3주 만이다. 미국 언론들은 주요 각료 중 재무장관이 새 정부 출범 후 3주 넘도록 승인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정권 시절 재무장관에 지명된 티머시 가이트너도 탈루 문제로 인준이 늦었지만 그럼에도 정부가 출범한지 7일째에 취임했다.
므누신의 인준이 늦어진 건 그가 헤지펀드 운용 당시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로 막대한 이익을 챙건 것을 문제 삼아 야당인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므누신은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뒤 2002년 헤지펀드인 듄캐피털매니지먼트를 공동 설립해 독립했다. 문제가 된 건 므누신이 인디맥뱅크를 인수하고 나서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CIT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여당인 공화당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대에 보여준 인수는 그가 사업에 정통한 인물임을 보여준다고 옹호했으나 민주당은 므누신이 인수했던 은행이 수천 채의 주택압류에 관여했으며 금융위기 이후 대출을 충분히 하지 않아 미국 경제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무장관 인준이 완료되면서 미국 언론들은 대규모 세제 개편을 준비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므누신을 중심으로 의회와의 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므누신은 앞으로 트럼프 정권이 공약으로 내세운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의 대폭 감세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트럼프 정권은 35%인 최고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춘다고 공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회와 공화당은 20% 수준이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의회 측은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은 면세 혜택을 주는 ‘국경조정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세금 부담을 전반적으로 낮춰주자는 것이다. 기업 제품이 판매되는 곳을 과제 기준으로 삼아 수출은 비과세로 하고 수입은 비용을 과표에서 공제해주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결국 법인세 개혁이 최대의 초점이 되는 셈이다.
통화 정책도 관건이다. 므누신은 “장기적으로는 ‘강한 달러’가 중요하다”며 역대 정권의 환율 정책을 이어갈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를 기용한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는 너무 강하다”며 달러 강세를 견제해온 만큼 두 사람 간에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경제 각료 중에서는 상무장관에 지명된 윌버 로스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지명된 로버트 라이시저의 인준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외 인사도 지연되고 있어 세금 재정이나 인프라 투자, 무역 등 트럼프가 공약한 주요 경제 정책은 구체적인 대책 마련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