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날’, ‘기쁜 나날’ 등 즐겁다는 말과 기쁘다는 말을 분별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어사전마저도 ‘기쁘다’를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즐겁다’도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는 풀이를 하여 두 말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자 ‘悅’은 ‘기쁠 열’이라고 훈독한다. ‘悅’은 대개 마음(?=心)의 작용으로 인해 사람(?=人)의 입(口)이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벙긋 벌어지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라고 풀이한다. 따라서 悅은 마음이 풍요롭고 편안한 상태를 나타낸 글자라고 할 수 있다. ‘논어’ ‘학이편’의 첫 구절인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에 나오는 ‘說(=悅)’이 바로 그런 기쁨에 해당하는 글자이다.
한자 ‘樂’은 ‘즐거울 락’, ‘즐길 요’. ‘음악 악’ 등 뜻에 따라 음이 달라지는 글자이기도 한데, 이 글자의 구조에 대해서 혹자는 나무[木] 받침대 위에 큰 북[白] 작은 북[?]이 얹혀 있는 상태를 나타낸 글자로서 오늘날의 드럼과 같은 악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혹자는 줄기[木]에 벼이삭이 주렁주렁 매달린 상태를 형상화한 글자로 보기도 한다.
북을 두드리며 노는 것도, 벼이삭이 주는 풍요로움도 다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이다. 따라서 樂은 본래 육신적 즐거움을 뜻하는 글자이다. 독서나 명상을 통해 마음으로 얻는 것이 바로 기쁨, 즉 悅이고,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이나 운동 등을 통해서 몸으로 얻는 것이 즐거움, 즉 樂인 것이다.
몸이 아무리 즐거워도 마음에서 기쁨이 샘솟지 않으면 자칫 추악한 향락이 될 수 있다. ‘인생은 즐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다 보면 별짓을 다 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기쁨으로 사는 청정한 삶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