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대선] ‘흙수저 없는 세상’ 외치는 그들의 숟가락 색깔은?

입력 2017-0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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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흔적 몸에 새긴 이재명… 금수저와 지역구 대물림한 남경필

대선 주자들이‘수저계급론’에 절망하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부모의 재력, 교육 수준이 자식에게 대물림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다만, 그들의 수저색엔 차이가 있다.

◇ 스스로‘무수저’칭하는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선 주자 중 대표적인 흙수저다. 스스로는 ‘무(無)수저’라 칭한다.

경북 안동의 산골에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난 이 시장의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말이 맞았다. 그가 초등학교 마칠 무렵 가족은 성남으로 이사해 아버지는 상대원시장 청소를 했고, 어머니는 시장 화장실에서 휴지를 팔며 가족 생계를 연명했다. 배우지 못한 부모처럼, 그도 중학교 문턱을 못 넘은 채 초등학교를 졸업한 해 봄부터 공장에 나가 돈을 벌었다.

소년공이었던 그에겐 불운의 사고가 잇달았다. 고무벨트에 왼손이 감겨 왼쪽 중지가 으스러지더니, 프레스기에 왼쪽 손목이 끼어 평생 왼팔이 구부러지는 장애를 얻고 말았다. 그는 공장에서 다뤘던 화학약품에 후각이 마비돼 후각 능력이 절반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도 했다. 독학 후 자수성가했지만, 그의 몸 곳곳에 유년의 가난 흔적이 남은 것이다. 건설현장 일용노동자로 일하다 추락사고로 다리를 잃은 큰 형 등 그의 형제자매들 역시 마찬가지다.

◇ ‘동수저’ 문재인 = 같은 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시장에 비하면 동수저쯤 될 법하다. 부모의 교육 수준은 나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내내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는 지역 명문인 함흥농고를 나와 공무원 생활을 했다. 그러나 6.25 때 찌그러진 냄비 하나 없이 남한으로 피난을 오면서 가족의 경제적 삶이 무너졌다. 수완이 없던 아버지는 양말 장사를 하면서도 빚을 쌓아갔고, 어머니가 시장 좌판에서 구호물자 옷가지를 팔거나 연탄배달을 하는 등의 일로 겨우 생계를 꾸려나갔다고 그는 추억한다. “어릴 때는 항상 배가 고팠다”던 그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성당에서 나눠주는 강냉이가루, 전지분유 같은 구호식량을 타러 갔던 경험도 저서에 풀어놨다.

그는 학창 시절 열두 가지 색이 넘는 크레용을 사달라거나 태권도장에 보내달란 얘기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면서도 부모의 교육열이 높았던 덕에 학교에 내야 하는 ‘월사금’(기성회비)은 어떻게든 낼 수 있었다고 했다.

◇ ‘은수저’ 안희정 = 자전거는커녕 가지각색 크레용도 갖지 못했던 문 전 대표에 비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은수저에 속한다. 안 지사는 초등학교 시절 집에 흑백텔레비전과 일제전축을 놓은 ‘지역유지’의 아들로 살았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아버지는 박정희정권 하에서의 새마을운동 덕을 봐, 시멘트와 슬레이트 등 건축자재를 팔면서 돈을 꽤 벌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충남 논산 연무읍의 시골아이였던 안 지사는 <소년중앙> 같은 월간지를 다달이 구독하고, 야구 글러브나 배트 같은 ‘사치스러운’ 운동기구를 가질 수 있었다. 안 지사 스스로 “집안사정이 좋았던 덕에 어릴 적 생활은 부족함이 없었다. 어머니는 내가 필요하다면 뭐든 다 해주셨다”고 말할 정도다.

다만 그가 물고 태어난 은수저는 대학 2학년 때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꺾이고 말았다. 어머니가 계주를 맡았던 계모임의 계원이 파산하면서 연쇄부도가 나자, 이를 막느라 재산을 다 팔아버리게 된 것이다. 안 지사는 “달랑 이불 한 채 짊어지고 서울로 온 아버지는 건물 관리인으로, 어머니는 파출부로 일을 나갔다”면서 학생운동을 하다 붙잡힌 자신과 빚문제를 해결 못한 어머니가 비슷한 시기에 교도소 생활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 ‘금수저’ 안철수·유승민·남경필 =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는 자타공인 ‘금수저’다. 세 주자는 재력과 명예를 갖춘 아버지를 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안 전 대표의 아버지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 부산에서 49년간 병원을 운영했다. 안 전 대표는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고, 아버지가 어려운 환자를 무료로 진료했듯 의대생 시절 두메산골 무의촌까지 찾아가 진료봉사를 했다.

유 의원의 아버지는 판사 출신으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이다. 반(反)박정희 대통령 시위를 주도한 학생을 석방시켜 정권에 밉보이면서 판사 재임용에 탈락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남 의원의 아버지 역시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조부가 창업한 경남여객을 이어받은 기업인 출신인 남평우 전 의원이다.

유 의원은 아버지처럼 대구 지역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남 지사는 금수저와 함께 아버지의 수원 권선을 지역구도 물려받아 5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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