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상품평 선별작업 거쳐 게재
최근 서 모씨(32살)는 한 인터넷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에서 파격가에 판매하고 있는 소가죽 신발을 구입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주문폭주로 한참 만에 배송된 신발을 받고 보니 소가죽이라는 상품설명과는 전혀 달랐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때부터다.
소재 불만을 이유로 반품을 하겠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더니 실시간으로 삭제를 당했던 것. 업체 측에 항의하자 "상품평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사전에 선별작업은 정당하다"는 답변이 되돌아 왔다. 항의가 계속되자 업체 측은 나중에서야 사실이 아닌 상품 정보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하고, 그 후 상품설명에 '인조'라는 단어를 기입했다.
그러나 다른 구입자들이 올리는 소재불만과 반품요청 글들은 계속해서 삭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 씨는 "결국 칭찬 일색인 상품평을 그대로 믿고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미유통 브랜드들을 대신 구매해주는 해외구매대행 사이트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반품거부, 대금반환 문제를 비롯해 이미 오래전 부터 검색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유명 해외구매대행 인터넷 쇼핑몰들이 '상품평 사전 검열'을 통해 '안 좋은' 상품평은 삭제한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네이버의 지식인 게시판에서 아이디 happy1227, ykh10744, mya2dy 등의 네티즌들은 한 유명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비우호적'인 상품평을 올리면 상품평이 등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특히, 상대적으로 '우월적' 위치에 있는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분노했다.
지난해 말 관세청에 특별통관 대상 업체로 지정된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는 343개였으며 지난 10월말 기준으로는 496개에 이른다. 이용자가 많아지는 만큼 소비자 피해 상담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134건이었던 구매대행 쇼핑몰과 관련한 상담건수는 올 상반기에만 105건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에 관한 법률(전소법)'에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업체가 선별작업을 거쳐 임의로 상품평을 삭제한다고 해도 소비자로서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상품평 삭제와 관련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다"면서 "아직 해외구매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고객들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한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해외구매대행 업체 30곳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끝내고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