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출마(出馬)와 출사표(出師表)

입력 2017-02-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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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선거판에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그동안 입에 오르내리던 인물들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출마는 본래 ‘마구간에서 말을 끌어내오다’는 뜻이었는데 점차 ‘말을 타고 적진을 향해 나아가다’라는 뜻으로 확대되었고, 요즈음엔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을 출마라고 하게 되었다.

출마는 적과 싸우러 나가는 장수와 같은 각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런 용어를 사용하게 된 성싶다. 출사표(出師表)에서 ‘師’는 ‘스승’이라는 뜻이 아니라, ‘군대’라는 뜻이다. 출사란 ‘군대를 내다, 출병하다’라는 의미이고, ‘表’는 문체의 하나로서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말한다. 그러므로 출사표란 신하가 임금을 향해 ‘출병하기를 간하는 글’이라는 뜻이다.

제갈량은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승상으로서 유비를 도와 촉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유비가 죽은 후 황위를 계승한 아들 유선은 매우 유약했다. 적을 공략할 생각도 없었고 삼국통일의 의지도 없었다. 이에, 제갈량은 유선에게 지금이 적기이니 군사를 일으켜 적을 공략할 것을 간곡히 간하는 글을 두 번이나 올린다. 그게 바로 유명한 ‘전·후 출사표’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출사표를 던졌다”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출사표의 표를 티켓을 의미하는 표(票)로 생각한 데서 나온 말이 아닌가 한다.

제갈량은 통일대업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간절했기 때문에 그처럼 진정성이 있는 명문을 썼다. 우리 사회의 입후보자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설 뿐, 무엇을 하겠다는 절실한 의지와 확고한 신념이 부족한 것 같다. 너주레한 공약보다는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뚜렷한 철학과, 미래를 내다보는 큰 안목을 가진 인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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