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모리배라는 말이 있다. 꾀할 모(謀), 이익 이(利), 무리 배(輩).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이나 그런 무리를 칭하는 말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모리배라는 말은 큰 수치심을 주는 욕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욕을 사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설령 이런 욕을 들었다 해도 그다지 큰 욕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본래 이익을 도모하는 사회이니 만큼 별로 욕될 게 없는 말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에는 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을 그처럼 욕된 일로 여겼을까? 이(利)의 상대적 개념은 인의(仁義)이다. ‘맹자’의 첫 편인 ‘양혜왕 상’의 첫 구절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맹자가 양나라 양혜왕을 만나 뵈자, 왕은 “선생께서 천 리를 멀다 않고 저를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대해 응당 이익을 주시려 함이겠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인의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왕이 나라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관리들은 자기 집안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선비나 백성들은 일신상의 이익만을 생각하게 된다고 하였다. 아울러, 그처럼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모두 이익만을 생각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설명을 한다.
인의를 강조하지 않은 채 이익만을 챙기다 보면 물질에 눈이 가려 왕이건 백성이건 모두 도둑이 되고 만다는 의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하는 이익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모래배라는 말을 욕으로 여겨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모리’를 오히려 능력으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다. 이러다 보니 나라에 도둑이 들끓게 되었다. 대통령부터 인의를 모르는 도둑이 되었으니 나라가 위태롭게 된 것이다. 이익보다는 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