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사용처는 두 줄 뿐"…비자금 용처 놓고 롯데건설-검찰 설전

입력 2017-02-0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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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비자금 조성에 관한 부분은 별지 10장에 걸쳐 금액이 기재됐는데, 사용처는 단 두세줄 뿐이다."

3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건설 전·현직 임원들이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당하게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횡령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유남근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창배(70) 전 롯데건설 대표와 하석주(59) 부사장 등 5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전 대표 측은 공소사실이 비자금의 조성과 보관, 사용의 3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조성과 보관 부분에 대해 별지 10장 분량으로 금액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것과 달리 사용에 관한 공소사실은 2~3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비자금을 조성하고 보관한 부분은 검찰이 문제삼는 부분이 아니다. '횡령'으로 처벌하려면 비자금을 업무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측은 "금전 인출이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이라는 점은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이므로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며 검찰이 이 부분을 먼저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반대로 이 전 대표 측이 돈을 인출한 이상 정상적인 지출로 비자금을 소진했다는 점을 해명할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롯데건설이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적인 용도로 반복해 사용한 만큼, 비자금 조성과 보관, 사용을 하나로 묶어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00억 원대 비자금 중 2002~2003년에 조성된 43억 원은 이미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세무조사 무마 로비 용도로 쓰인 점이 드러나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났다는 점도 자금 사용처를 이 전 대표 측이 입증해야 한다는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비자금 사용처로 주장하는) 턴키공사 수주비와 경조사비 사용 내역은 모두 예산에 포함됐는데도 항목에 잡힌 금액이 소진되지 않았다"며 "롯데건설 예·결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2002년 비자금 중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된 금액은 10억 원, 세무조사 로비 금액이 2000만 원인데 2014년까지의 300억 원 전부가 정치자금과 세무조사 로비 용도로 사용됐다는 주장인지 알 수 없다"며 "용처항목에 '등'이라고 돼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정상적으로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롯데건설 예·결산 자료를 어디서 받을지 밝혀 신청해달라고 요청하고 준비기일을 마쳤다. 재판부는 다음달 9일 오후 2시에 1차 변론기일을 열고 서류증거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법원 정기인사로 인해 다음 기일부터는 재판장이 바뀐 상태에서 재판이 열린다.

이 전 대표 등은 200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하도급 업체들과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하고, 총 300억 원을 돌려받아 불법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기간을 고려해 전체 비자금 중 240억여 원에 대해서만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또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25억여 원 상당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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