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 중단 1년째… 올해는 정부-기업 평행선 좁혀질까

입력 2017-02-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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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한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4년 출범한 개성공단이 멈춰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은 아니다. 2013년 4월,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 북한근로자를 전원 철수시킴에 따라 공단은 잠정 폐쇄상태에 들어갔고 160일 만에야 생산이 재개됐다. 이번 중단은 좀 달라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고 앞으로의 정치적 일정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났지만 124개 입주기업들 중 현재 폐업 신고를 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대부분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거나 생산을 잠정 중단한 기업도 있고 새로운 설비 투자를 진행한 기업도 있지만 하나같이 조업 상태를 유지하는 까닭은 개성공단이 재개될 때를 대비해서다. “124곳 기업 중 공단 재개와 재입주를 원하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이하 협회) 김서진 상무의 말이다. 개성공단 폐쇄 1년, 정부와 기업은 어디까지 흘러왔나.

◇5000억 지원‧5000억 대출했다는 정부…개성공단 입주기업 답변과 ‘온도차’ = “작년 12월을 끝으로 통일부와 얼굴을 맞댄 회의가 없었다. 통일부는 우리가 요청하지 않으면 먼저 회의를 열지 않는다. 관리대상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라며 협회 김 상무가 설명했다. 양측의 온도차는 양측이 산정한 피해 규모와 지원액에서부터 단적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실질피해액을 1조5000억 원 이상으로 산정한다. 작년 5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정부가 집계한 피해액은 7860억 원이다. 이중 정부는 작년 말 2차 지원을 끝으로 총 4838억 원 규모의 지원을 마무리 했다. 정부 산정 피해액의 60%, 협회 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기업 측은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확인한 피해액 7749억 원 중 못 받은 3000억 원의 차액만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올해 예산에 개성공단 지원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못했다.

지원금과도 별도로 정부는 공단 폐쇄 직후 ‘5500억 규모 특별대출 패키지’를 조성했다고 홍보했다. 정책자금 대출에 관해서도 지원을 받은 기업측과 정부측의 설명이 갈린다. 통일부 측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과 중진공의 기금, 신보와 기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난 한 해 5500억 규모 중 2726억 원의 대출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협회측은 “5500억은 요란한 선전일 뿐이고, 실제로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수출입은행이 조성한 1600여억 원 규모 기금만을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졌고, 다른 채널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외의 기업에게도 열린 기회라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자산이 북에 묶인 상황에서 대출 담보를 조달할 수 있는 피해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통일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기관에서 어떤 규모로 대출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협회가 실질적인 대출창구 역할을 했다고 한 수출입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측은 각각 입주기업과 협력기업 123곳에 728억 원, 89곳의 기업에 대해 804억 원 등 총 1500억 규모 대출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지원금과 대출금이 중요한 이유는 공단 폐쇄 후 입주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가 자금이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정부가 5월 1차 지원을 할 때도 액수가 너무 턱도 없어 거부하다가 자금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감 직전에 수령한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입주기업이었던 디엠에프는 베트남에서 재기를 모색하는 기업이다.

최동남 디엠에프 대표는 전화 통화를 통해 “중소기업 자금 융자를 받아서 현지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며 “돈 나올 데가 없다. 현재 자금 고갈 상태”라고 털어놨다. 2013년 중단 때 정부 보상에 실망해 경협보험에 들지 않았던 기업 중 하나인 디엠에프는 작년 피해액으로 28억 원을 신고했지만 14억 원을 인정받았다. 그나마 실제 수령금은 14억 원의 70%다. 그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개성공단 있던 사람들이 스스로 쓰러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정치 일정은 시계 제로…올해 내 재개 기약 못해 = 피해 규모와 지원금을 정부 방식이 아니라 재산권을 중심으로 재산정하기 위해 국회의원 62명이 공동 발의한 것이 이른바 ‘개성공단특별법’이다. 7월 말에 발의된 이 법은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공단 재개를 촉진하는 다른 세 개의 법안도 반년 째 계류 중이다. 협회 김 상무는 “작년 말 외통위 소위에서 여당의원과 정부 측 반대로 보류됐다”며 “2월 중 본회의 재개되면 외통위에서도 논의가 재개되는데 두 당으로 나눠진 여당 의원들의 스탠스가 어떻게 바뀌었을 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해당 국회 입법조사관은 이번 달 외통위 통과 가능성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가장 큰 관건인데 가시적인 변화가 없어 계속 심사로 남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이후 예정된 헌재의 탄핵 판결과 그에 따른 대선정국도 변수라, 자연스레 차기정부의 개성공단에 대한 태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협회는 “설사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가 된다 할지라도 실태조사가 들어가고 보상이 이뤄지려면 차기정부나 돼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한 해 동안의 공단 중단으로 인한 잠정 손실이 15조 원 규모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상무는 “대선 과정을 통해서라도 개성공단 재개가 국민적 여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기업들이 지원받은 5000억 원과 대출금 5000억 원을 뭉뚱그려 ‘1조 원 이상 국세를 받아 갔다더라’는 잘못된 이야기가 퍼지면서 여론이 돌아선 것 같다”며 “입주기업의 재산권을 위해서도 재개가 돼야겠지만 개성공단의 의미는 5000억 원 보상금으로 환산되는 가치 그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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