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계가 썩어간다

입력 2017-02-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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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점 산업2부 기자

▲전효점 기자.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1년이 됐다. 작년 2월 10일 정부는 ‘대통령의 고도 정치 행위’라는 설명과 함께 공단 전면 중단을 통보했다. 1년 후 사정은 어떤가.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가 집계한 실질 피해액은 1조5000여억 원이다. 이 중 정부는 작년 말 2차 지원을 끝으로 총 4838억 규모의 지원을 마무리했다. 이는 정부가 인정한 피해액 7860억 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폐쇄 직후 유관 부처와 중기 단체들은 떠들썩하게 각종 지원을 선전했지만 이내 사그라졌다” 개성공단기업협회 P 씨의 말이다. 그는 이어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우리를 먼저 찾는 일이 없다”며 “우리는 관리의 대상일 뿐”이라고 했다. S 씨는 “재개가 되면 급한 불 끄는 데 써 버린 지원금을 뱉어 내야 하는 게 큰 문제”라면서도 “피해액보다 정부지원금이 턱도 없어서 재개만이 여전히 답”이라며 희망을 부여잡았다. 124개의 입주기업은 현재 단 한 곳도 폐업하지 않고 있다. 공단이 재개되면 조업 상태의 기업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시계 제로 상태다. 공단 폐쇄로 발생한 피해 규모와 지원을 재산정하고자 의원 63명이 지난해 7월 공동 발의한 이른바 ‘개성공단특별법’은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공단 재개를 촉진하는 다른 세 개의 법안도 반년째 계류 중이다. 입법조사관 A 씨는 특별법의 소위 통과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내달 본회의 상정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레 부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S 씨는 “특별법 제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보상을 받는 선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로라면 공단이 재개되고 제2의 개성공단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S 씨의 판단이다. “기름칠도 못해 주고 나온 기계들이 썩어 가고 있다.” 그가 까맣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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