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특허 남발이 동화면세점 위기 불렀다

입력 2017-02-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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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역사 첫 면세점 매각 추진…호텔신라에 빌린 715억 못갚아

44년 역사의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경영 악화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면세업계 재편과 더불어 면세 특허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6월 호텔신라의 매도청구권(풋옵션) 행사로 같은 해 12월 19일까지 줘야 할 715억 원을 갚지 못했다. 이에 위약금 10%를 더해 788억 원을 오는 23일까지 지급해야 한다. 만일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제공했던 동화면세점 주식 30.2%를 추가로 내놓아야 한다.

이 경우 호텔신라가 총 50.1%의 지분을 갖게 된다. 사실상 경영권이 넘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호텔신라 측이 “투자금 회수가 우선”이라며 인수에 난감해해 제3의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면세 특허를 반납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화면세점의 위기는 자금난이 1차적 원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내면세점 특허의 남발로 과당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금력에서 대기업 면세점에 못 미치는 중소·중견 면세점에 불똥이 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6곳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2016년 9곳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4곳이 더 늘어나 총 13곳이 영업을 하게 된다. 불과 2년 만에 시내면세점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거기다 현재 면세점 업계 매출의 70% 이상이 유커(중국인 관광객)에서 나와 유커를 얼마나 모객할 수 있느냐에 수익이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송객수수료가 이전에는 매출의 10% 수준이었으나 면세점 업체가 늘면서 30%대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한다. 당장 수익 악화가 예상되지만 모기업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상황을 버틸 수 있는 대기업 면세점에 유리한 판세가 된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대기업 중심으로 면세점 사업자를 남발하면서 종국에는 중소·중견 사업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라며 “여기에 덤핑 마케팅 형태로 여행사에 과다한 수수료를 주는 과당경쟁에 자본이 적은 중소·중견 사업자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서울올림픽 당시에도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29곳으로 늘렸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과잉공급으로 시내면세점은 3분의 1가량만 살아남았다”며 “면세 특허제도 개선이 시급하나 현 정국에서 언제 이뤄질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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