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人사이트]“말랑한 실리콘 렌즈로 조명 제조업에 새 빛”

입력 2017-01-31 10:21수정 2017-01-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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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가 최근 경기 성남시 사옥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대생 때 빌린 돈 500만 원으로 창업해 올해 매출 2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달 미국과 이스라엘 등 첫 수출도 예정돼 있다”고 얘기했다.. 이동근 기자 foto@

자동차, 사무실, 화장실, 길거리, 지하주차장과 터널 등 조명은 모든 곳에 있지만, ‘조명 제조업’은 어딘지 생소하다. 빌린 돈 500만 원으로 출발한 ‘아이엘사이언스(구 쏠라사이언스, 지난해 3월 사명 변경)’는 기술개발을 거듭해 이제 매출 200억 원을 목전에 둔 중소기업이 됐다.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에도 도전하고 있는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 대표(33)를 만나고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사옥을 찾았다.

사옥 입구에 들어서자 ‘반짝’ 하고 어두운 로비가 밝아졌다. 큰 키에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삼십 대 초반 청년이 나왔다. 로비에 있는 진열장으로 기자를 안내한 송 대표는 유리문을 열고 엄지 손톱만 한 실리콘렌즈 샘플을 꺼내 보여줬다. 전시대 안엔 의료용 조명용부터 커다란 가로등까지 다양한 크기의 실리콘 렌즈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유리나 아크릴에 비해 무르고 유연한 이 렌즈가 아이엘사이언스를 현재까지 끌고 온 동력이었다.

“일반적으로 조명에 쓰이는 렌즈는 플라스틱, 아크릴, 유리 재질뿐입니다.” 송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플라스틱과 아크릴보다 내열성이 강하고 유리 렌즈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한 것이 바로 이 실리콘입니다. 빛의 투과율도 99% 정도 되기 때문에 광효율도 훨씬 높죠.” 실리콘렌즈는 일반적인 유리나 아크릴 렌즈 주조에 쓰이는 고비용의 금형 제작 과정이 필요 없어 제작 단가가 싸고 3 ~ 4개월이 걸리던 제작 기간도 2주로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 실리콘렌즈 기술은 지난해 말 국가기술표준원의 신기술인증(NET)을 획득하고 산업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회사는 현재 렌즈 등 조명 부품 사업뿐만 아니라 온라인조명판매 사업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조명·전력 사업부를 두고 관련 제품을 개발해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회사가 처음부터 기술 기반 제조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송 대표가 말했다. “제조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내긴 했지만 처음엔 돈을 벌어야 해서 도·소매하는 무역오퍼상으로 시작했죠.” 아이엘사이언스가 ‘진짜’ 제조 기업으로 거듭난 것은 2010년께였다. 중기청의 예비기술창업육성 제도를 통해 5000만 원을 지원받아 직원들 컴퓨터와 사무비용을 대고 태양광을 이용한 조명 개발을 시작했다. 태양광 조명은 공학도이던 당시 송 대표에게 친근한 아이템이었다. 당시 화두가 친환경 에너지이기도 했다. 태양광을 이용해 낮 동안 충전했다가 저녁에 자동으로 켜지는 가로등을 개발했다. “2009년 은평초등학교에 처음 설치되던 때가 잊을 수 없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 태양광 가로등은 현재 아파트, 공원, 놀이공원을 비롯해 전국 곳곳을 밝히고 있다. 2011년 회사는 LED 영역으로 발을 넓혔다.

작년부터 아이엘사이언스는 사물인터넷 조명·제어 기술을 가진 커누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관련 기술들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조명과 IT의 결합은 필연적”이라는 송 대표는 “앞으로 4차 산업으로 가면서 조명도 모바일 기기로 제어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회사가 개발 중인 스마트 조명은 올해부터 상용화가 이뤄져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나 지하 주차장, 가로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휴게소 화장실에 사람이 들어서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등이 켜지고, 이것이 화장실 외부의 모니터와 연동돼 어느 칸이 비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 회사는 IBK캐피탈과 서울투자파트너스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사실상 첫 투자 유치였다. 송 대표는 “요즘 트렌드에 맞는 사업이라면 모르지만, 제조업이다 보니 기술개발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받기 쉽지 않았다”면서 “IBK 투자도 개발을 끝내고 상용화를 위해 장비라인을 갖추고자 투자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전까진 대부분 기술보증기금 대출에 의존해 회사를 끌고 왔다고 했다.

“안착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지난해부턴 매달 직원들 급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그가 겸손하게 밝혔지만 아이엘사이언스의 매출은 매년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2013년엔 45억 원을 기록한 매출은 2014년 61억 원, 2015년 90억 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잠정 매출은 100억 원 정도를 내다봤다. 그는 “올해 전년도에 체결된 계약까지 수익이 실현되면 사이언스만 2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내달엔 첫 수출도 예정돼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지로 매월 50만 개의 조명을 수출해 연 2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조명 제조업계는 쉽지 않다”는 그는 “우리는 실리콘렌즈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을 가졌기에 그나마 어려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대표는 “제조업도 이젠 융·복합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회사는 지속적으로 4차 산업을 결부한 기술 혁신을 시도해 내년쯤엔 자동차나 IT 기기, VR 기기용 렌즈 개발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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