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25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이 행장과 이동건 우리은행 영업지원그룹장(부행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대상으로 최종 면접을 집행한 후 차기 행장을 단독 추천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숙원사업이던 민영화를 이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더 험난하다.
무엇보다 민영화에 걸맞는 슬림하고 능동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야 할 큰 과제가 있다. 더불어 이번 행장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갈등을 해소해야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과점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경영 전략을 짜야 한다. 금융사 성장의 발판인 지주사 전환도 눈앞에 놓인 숙제다.
이 행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면서 미뤄졌던 인사와 조직개편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지난 16년간 경쟁 은행보다 수동적인 조직으로 관료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권은 제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비대면 채널 영업이 강화되고 있다. 더불어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기에 놓이는 등 급변하고 있다.
은행권은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년간 4000명이 넘는 직원을 내보내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우리은행도 부·지점장급 중간 관리자가 많은 전형적인 항아리형 조직 형태를 보인다. 금융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오는 3월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쇄신 인사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행장은 조직 안정화도 동시에 이뤄내야 한다. 이번 차기 행장 선임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두 축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계파 간 갈등이 감지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 한일은행이 공적 자금을 받기 위해 합병한 한빛은행의 후신이다.
이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지만 대항마였던 이동건 그룹장은 한일은행에서 출발했다. 이번 경합에서 이 행장과 이 그룹장 지지 세력이 출신 성분에 따라 갈리기도 했다.
이 행장은 조직 변화와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매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비중이 큰 과점주주들의 만족도를 고려한 경영 전략도 필요하다.
우리은행의 지분(29.7%)은 동양생명(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IMM 프라이빗 에쿼티(6.0%), 유진자산운용(4.0%), 키움증권(4.0%), 한국투자증권(4.0%), 한화생명(4.0%) 등 과점주주 7곳이 나눠 인수했다.
과점주주 대부분이 안정보다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곳인 만큼 우리은행이 은행업 고유의 안정추구형 영업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영화 추진 이전인 우리금융지주 체제 전환 추진도 녹록지 않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현재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에 더해 보험, 증권사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점주주들의 면면과 겹치는 부문이 있어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