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루트 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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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담당자 : “그래요?”
나 : “네, 그런데 연배가 조금 있으세요.”
기업 담당자 : “몇 살인가요?”
나 : “62년생이세요. 하지만 역량도 있으시고….”
기업 담당자 : “안 되겠는데요. 저희 이사님이 63년생이신데요, 45세 이상은 어렵습니다.”
익숙한 전화를 끊고 나니 뭔가 허전하고 불쾌감이 엄습해 온다. 기업이 뭘까.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아니던가? 사회적 기여의 또 다른 목적이 많이 잊혔다 해도 여전히 이윤 추구는 절대불변의 진리처럼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람을 뽑을 때 ‘할 수 있는가’를 묻지 않고 ‘나이’만을 먼저 묻는 것일까.
기업 내 직급과 연령대의 관계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지원자가 ‘할 수 있는지’를 묻지도 않고 ‘몇 살이냐’로 서류 접수조차 하지 않는다. 기업의 채용이 ‘당신이 우리 회사에 돈을 얼마나 벌어줄 수 있는 자원이냐’를 묻지 않고 ‘당신이 상관보다 몇 살 어리냐’가 더 관건이 된다면 아무리 봐도 그다지 합리적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난감하다. 구직을 원하는 고객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 전화를 드리니, 흔쾌히 이해하신다. 이것도 살짝 불편하다. 우리는 왜 이런 관행에 너무도 쉽게 넘어가는 걸까. 이미 기업이 사람을 채용할 때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이 차별이라는 법률(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 4(모집·채용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 2009년 3월 22일 시행)이 나온 것이 몇 년 전인데….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이미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201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65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2%에 달했다(통계청, 2016 고령자 통계). 사실상 구직활동에 나이 제한을 심하게 받는 50대 이상 인구만 해도 2016년 9월 기준, 인구의 35.7% 수준(1841만8655명)이다. 그런데 모두 모른 체한다. 아니 당연시한다. 뽑는 이도, 뽑을 이도 나이가 들어가는데 똑같은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스스로를 향할지도 모를 이 칼날을 언제까지 무심하게 바라봐야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