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성과연봉제, 갈림길에서 현명한 선택 필요”

입력 2017-01-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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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공공기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과제로 연공 서열과 근무 연수에 따라 직위와 보수를 결정하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해 조직의 유능한 인재가 더 나은 대우를 받게 하자는 제도다. 다시 말해 공정한 평가 제도를 바탕으로 성과주의의 실질적인 제도화를 통하여 조직의 생산성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최근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시화되고 경험과 숙련도를 중시하는 호봉제가 점점 그 효력을 상실해가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구나 건전한 내부 경쟁이 부족한 공공기관은 생산성 향상과 우수한 미래 인재 육성, 무임승차자 억제와 조직 내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성과연봉제 확대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5월 노조원 67%의 찬성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합의하였다. 전달인 4월 노조의 반대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발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노사 합의였다.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전력거래소 경영진은 직원들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판단했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우선 직원을 설득하기 어려운 노조의 입장을 고려해 5월에는 성과연봉제 확대 원칙에 대해 합의하고, 세부 조건을 연내에 다시 노사 합의로 마련키로 한 것이다. 그 후 직원들이 우려하는 평가시스템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제도 설계과정에서부터 노조와 전 직원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보장했다.

아울러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평가제도와 임금체계 개선 노사 공동 TF를 발족했고,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노사 공동 TF의 개선 방안을 검증하도록 했다. 또한 성과연봉제 확대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6월부터 12월까지 총 16차례의 노사 공동 TF 회의, 14차례의 전 직원 대상 설명회, 2차례의 노조집행부 설명회, 경영진과 노조위원장 간 수시 면담 등을 실시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만큼이나 현장 소통과 진심 어린 공감대 형성에 주력한 것이다.

전력거래소의 평가시스템은 전 직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 제도의 수용성을 크게 높였다는 특징이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 구축을 위해 직원의 역량평가 시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 이하 NCS)을 적용했다. 제도 개선 이전에는 실제 수행업무나 직급과 무관하게 적용되던 2개의 포괄적 직무역량(업무지식, 업무추진 노력도)을 NCS 기준에 따라 직원 개개인이 수행하는 직무에 대해 스스로 작성해 평가받게 함으로써 평가의 수용성도 크게 높아지고, 역량평가가 이동ㆍ승진ㆍ교육까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과학적인 인사관리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단 2개에 불과하던 직무역량 항목이 발전설비 운영, 장단기 전력 수요 예측, 전력 수급 계획 수립, 사이버 보안설비 운영, 재무관리 등 구체적인 직무가 640개로 늘어났고, 직원 개인의 직무능력 평가에 따른 자료가 축적되면 이를 활용해 객관적인 인사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640개의 직무역량은 6개월마다 갱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내외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강점도 있다.

또한 평가 결과의 공정성에 대해 직원들과 노조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해 ‘2단계 이의 신청 절차’를 구축하고, 상사에 대한 다면평가 시 ‘평가 공정성’ 항목을 추가한 것도 성과연봉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폴 샤르트르의 말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 가운데 어떤 것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공공기관도 끊임없는 선택에 직면해 있고,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 운영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국민은 공공기관에 지속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원래 익숙한 길에서는 혁신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 길에서 혁신이 나온다. “원래 길이란 없는 것이다. 누군가 함께 걸으면 그것이 길이 된다”라는 노신의 말처럼 공공기관 노사는 이제라도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길로 현명하게 함께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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