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9시 45분께 변호인들과 함께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도 최순실(61) 씨 존재를 모르나', '본인 관련 의혹이 너무 많은데 증거인멸을 왜 하고 있는건가', '블랙리스트 의혹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데 한 말씀 해달라'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 조사실로 향했다.
두 사람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다. 조사내용에 따라 대질신문도 가능하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의혹을 모두 부인했고, 조 장관만 계속된 추궁에 뒤늦게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게 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리스트를 직접 본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2014~2015년께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뒤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연대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지난달 12일 '청와대가 정부에 비협조적인 문화계 인사 명단이 들어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불이익을 줬다'며 김 전 실장과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조 장관 등 9명을 특검에 고발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최대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현재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56) 전 정무비서관, 정관구(53) 전 문체부 1차관 등 3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하고 있다. 김상률(57) 전 교문수석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관여 정도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12일 기각됐다.
한편 특검은 이날 오전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러 조사 중이다. 김 원장은 평소 최 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대통령 주치의나 자문의가 아니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선 진료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원장은 '보안 손님' 자격으로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이 대가로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통해 서울대병원 외래교수로 위촉된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