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1월 10일 전혜린-평범을 거부하고 삶의 극점을 추구한 독문학도

입력 2017-01-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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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편집위원

사람들은 그가 이룬 업적으로 신화를 만든다. 따라서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생략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혜린(1934.1.1~1965.1.10)은 삶 자체가 신화이다.

그녀가 일생을 통해 이룬 것은 몇 권의 번역서, 유고로 출간된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이 전부다. 하지만 서른한 살의 짧은 생을 살면서 ‘죽어도 평범하게 살지 않으리라’며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보여준 고투(孤鬪)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전혜린 신화는 글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글은 시대를 뛰어넘는 철학자들의 사상이나 저서처럼 보통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앞날에 대한 설렘과 불안, 까닭 모를 두려움으로 늘 살얼음판을 걸었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청춘의 이야기, 즉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가 그녀의 내면을 거쳐 끄집어 올려질 때 뭔가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다들 겪었음에도 분명치 않았던 의식들이 그녀에 의해 뚜렷해져 자신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전혜린 신화의 궁극(窮極)은 보통사람들이 일상의 제약으로 엄두조차 못 내던 것들을 직접 자신의 삶으로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남학생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문학에 대한 동경과 일탈하고픈 욕구로 무작정 독일 유학을 떠나고, 결혼 생활의 틀을 벗어나려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이혼해 연하의 제자와 사랑에 빠진 삶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감수성이 뛰어난 글로 펼친 이런 경험은 어떤 사람들에게 그녀의 삶을 동경의 대상이 되게 하기도 했다. ‘식은 숭늉 같고 법령집 같은 나날’을 탈출하려 했던 그녀는 성균관대 조교수일 때인 1965년 1월 유서 한 장 없이 수수께끼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 수면제 과용으로 인한 변사라는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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