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광화문 이전‧공수처 신설 등 일치… 검찰·국정원 향한 칼날 날카로워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일 내놓은 권력기관 개혁 공약은 문 전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로 뛰었던 지난 18대 대선 당시의 공약들과 큰 틀에서 일치한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을 추가, 지난 공약에서 강도를 높이거나 살을 붙였다.
◇ 18대 대선 일주일 전 ‘광화문 대통령 시대’ 약속 =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 전 대표는 18대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2012년 12월 12일 청와대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광화문 청사의 행정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해 공간이 확보되는 만큼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중앙청사로 옮기고,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해 관광·휴식 명소가 되게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는 “이제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라는 이름을 대신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더 이상 높은 권부를 상징하는 용어가 아니라, 서울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을 뜻하는 용어가 될 것”이라고 특권 청산을 약속했다.
사실 청와대 이전 공약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먼저 내놨었다. 그래서 후보직을 사퇴한 안 전 대표의 공약을 문 전 대표가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선재수생’인 문 전 대표는 이번에도 광화문으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거듭 약속했다. 그는 “국민대통령 시대에 대통령이 있을 곳은 구중궁궐이 아니라 광화문 청사”라면서 “대통령 집무 청사를 광화문으로 옮기고, 청와대와 북악산은 국민에게 돌려드려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시민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특히 박근혜정부에서 논란이 된 청와대 특권 청산과 운영 투명화를 위한 취지의 공약들도 추가로 발표했다. 대통령 휴양지로 쓰였던 경남 거제 '저도' 반환을 비롯 △대통령 24시간 일정 공개 △인사추천 실명제 실시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대통령 경호국’으로 위상 조정 등이다.
◇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신설’에 자치경찰 확대 등 추가 = 문 전 대표는 검찰과 경찰의 개혁 방안으로는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이전해 검찰엔 기소권과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부여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경찰제, 전국으로 확대 △경찰 통제 강화 위해 ‘경찰위원회’ 실질화 △특별사법경찰인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실질수사권 강화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등을 제시했다.
공수처 신설은 18대 대선 공약과 같지만, 나머지는 추가되거나 좀 더 강화된 공약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이번에 보다 강력하게 검찰 권력을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8대 공약집에선 경찰에게 민생범죄와 경미한 범죄에 대한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확대하겠다고만 했었다.
이밖에 문 전 대표는 검찰의 청와대 파견 금지 및 행정부에 대한 검사파견제 전면 재검토, 검찰위원회 권한 확대 등을 18대 대선 때 제시한 바 있다.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도 내놨으나 중수부가 폐지돼 이번 공약에서 빠졌다.
◇ 국정원, ‘국내 정보수집’ 금지에 수사기능도 폐지 = 18대 대선에 개입해 선거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중론인 국정원에 대해서도 보다 강경한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문 전 대표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는 데서 나아가 수사기능도 없애겠다고 했다. 대신 대공수사권은 국가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맡기겠다고 했다.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고 최고의 전문 정보기관, 즉 한국형 CIA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도다.
문 전 대표는 “국민사찰, 정치와 선거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4대 범죄에 연루되고 가담한 조직과 인력은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면서 “국정원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보기관으로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18대 때엔 국내 정보수집 수집기능 전면 폐지를 앞세우고 △각급 기관에 대한 담당관 출입제도 전면 폐지 △민간인 온오프라인 사찰을 통한 정치적 억압 금지 △정치관여 금지행위 위반 시 처벌강화 △외부인사 포함된 정보감찰관제 도입 등을 내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