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내 증시에서 중국 관련주 투자자들은 긴장감 속에서 장을 지켜봤다. 2일 저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배치 반대를 중국 외교 방향의 핵심 중 하나로 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처음은 아니지만 정부 고위당국자가 공식적으로 ‘사드 반대’를 노골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기에 따라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해석할 수 있는 중요 사건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우려했던 것과 반대로 화장품, 면세점, 항공 등 중국 관련주가 되레 상승세를 보였다. 3일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2.29% 오른 31만2500원에, LG생활건강은 2.33% 오른 83만6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2일 민용항공총국이 한국 항공사가 제출한 전세기 운항 신청을 불허했다는 소식에 급락했던 대한항공(+1.31%), 아시아나항공(+0.72%)도 각각 반등했다. 면세점 관련주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장중 상승세를 보이다가 보합세로 장을 마쳤고, 엔터테인먼트주 가운데서도 CJ E&M(+1.39%)는 상승했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스처’에 대한 투자자들의 민감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보복 움직임이 반복되면서 시장이 일종의 학습효과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박상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관련주가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주가는 이미 ‘사드 리스크’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었다”면서 “관련주의 이날 움직임은 중국 외교부장의 발언보다는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호조를 보인 것에 단기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고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실현되더라도 관련 기업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의지대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20% 감소하더라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액 감소폭은 각각 2.5%,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