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에 신규 투자를 꺼려왔던 미국 기업들이 자국 경기 회복에 발맞춰 투자를 늘릴 전망이라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신규 공장을 건설하거나 노후 장비를 사들이는 등의 자본 지출을 아껴왔다. 경기 침체 국면은 저금리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주저케 하는 요인이었다. 현금을 어느 정도 보유할 필요가 있었던 대기업으로선 물리적 자산에 투자하는 데 인색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기업들의 투자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의 찰스 멀포드 회계학 교수는 “상당한 자본 지출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비디오 게임 판매업체 게임스톱은 투자 규모를 2013년 1억2500만 달러(약 1512억5000만 원)에서 2016년 1억6000만 달러로 늘렸다. 대신 2016년 자사주 매입을 2015년의 반으로 줄였다. 자사주 매입에 쓸 자금을 고정자산 투자로 돌린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철강의 40%를 차지하는 철강 트레이딩 전문회사인 클로크너는 올해 철강 기계 지출을 늘릴 예정이다. 이 회사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줄어 그동안 투자를 미뤄왔다. 클로크너의 길버트 이사는 “금리 인상이 이미 계획된 투자를 방해하진 못할 것”이라며 “100bp(1베이시스포인트=0.01%), 200bp의 금리 인상까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리가 최대 2% 뛰어도 투자 계획엔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17년에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대로라면 한번에 0.25%포인트씩 총 0.75% 인상이 유력하다.
장비제작업체 스냅온의 알도 파그리아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의 중역들은 경기 침체가 끝나면서 연준이 금리를 비교적 빨리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2009~2011년까지 추이를 볼 때 아무도 그만큼 낮은 금리를 유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스냅온의 자본비용은 대략 9.2%로 추정되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의 10%보다 약간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자본비용은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것과 관련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투자자로서는 투자한 자본에 대해 최소한으로 기대하는 요구수익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