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
경기불황에 여성의 취업이 더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여성 실업률이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 연속으로 같은 달 기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신입사원 선발을 줄이면서 고용 취약계층인 여성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0%포인트 오른 7.3%였다.
이는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보다도 높은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최고 수준이다.
외환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던 1999년 11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지난해 11월보다 0.5%포인트 낮은 6.8%였고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6%를 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11월 20대 남성 실업률은 9.1%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0%포인트나 떨어져 대조를 이뤘다.
20대 여성 실업률이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11월뿐만이 아니다. 20대 여성 실업률은 지난해 1월부터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매달 같은 달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바꿔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실업률은 11.4%를 기록, 처음으로 10%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고 4월까지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상반기 줄곧 증가세를 보인 20대 여성의 취업자 수도 하반기에는 뒷걸음질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취업자 수는 19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3000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남성 취업자 수 감소 폭은 20대 여성의 4분의 1수준인 3000명에 그쳤다.
20대 여성 취업자 수는 2015년 2월 4000명 줄어든 이후 매달 증가해왔지만 지난해 9월 3000명 감소하면서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어 10월에는 1년 전의 절반 수준인 2만1000명 증가하며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다시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20대 여성 실업률의 고공행진은 15∼29세 청년실업률 그 자체가 높은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지난해 11월 청년실업률은 1년 전보다 0.1%p 상승한 8.2%로, 같은 달 기준으로 보면 2003년 11월(8.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20대 실업의 증가세가 남성보다 주로 여성에 집중된 것은 경기불황으로 신규 채용 시장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과 육아 양립이 쉽지 않은 환경이 계속되는 탓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잠재적인 출산휴가·육아휴직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대 여성 고용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