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솔로 이코노미’와 식품 소비의 변화

입력 2016-12-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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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식업계 대부 제임스 비어드는 “음식은 우리의 공감대, 세계적인 공감대”라고 했다. 우리에게 각광받는 식품과 요리는 동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최근 ‘혼밥’ 트렌드가 이를 잘 보여준다. 밖에서도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거나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청년층의 만혼(晩婚)·비혼(非婚) 사례가 늘고 인구 고령화로 혼자 남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1인 가구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급증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로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되었다. 한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인용 가구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61%나 증가했다고 한다. 기업들이 가전제품, 식품, 외식, 레저 등의 분야에서 나홀로족을 겨냥한 상품이나 서비스들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시장에는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솔로 이코노미’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흐름과 식문화의 변화에 따라 가정 식사 대체식품(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요리하기 편하게 식재료들을 세척·소분 포장한 제품에서부터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거나, 도시락처럼 사서 바로 먹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식재료를 직접 손질해서 요리를 해먹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음식이 남아 처치가 곤란할 일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퇴근길에 상점 골목을 지나다 보면 저녁 식사거리를 들고 귀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부쩍 많이 본다.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가정에서도 반외식이나 HMR 제품 소비도 늘고 있다. 이달 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개최한 ‘2017 식품외식산업전망대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7700억 원이었던 HMR 시장 규모는 연평균 14.5%의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2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새 3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의 식품·외식 소비 구조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식습관이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간편식 위주의 식생활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무래도 신선식품보다는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냉동식품들을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고정관념을 바꿀 만큼 간편식도 충분히 건강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HMR 식품은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먹는 간식이나 야식의 개념과는 다르다. 가정 식사를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위생과 영양의 균형 면에서 철저히 검증하고, 고품질의 신선한 재료들로 국민 건강에 기여해야 한다.

혼자 하는 식사라고 대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최근 혼밥, 혼술을 소재로 한 드라마 시리즈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자 먹더라도 잘 차린 한 끼, 반주 한 잔의 의미가 크다. 편리함만으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집밥’의 만족감을 주기 어려운 것이다. 건강한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HMR라면 새로운 형태의 ‘집밥’으로서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간편식의 확산과 함께 우리 농식품의 변신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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