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금감원, 실제 상거래 없이도 3000억원 대출 관리감독 ‘허술’
실제 상거래가 없이 3000억 원 넘게 대출이 이뤄졌는데도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산업은행이 공동채권단과 협의 없이 대기업 대표이사가 설정한 담보 등을 해지해 대출금 117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1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7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34건의 위법ㆍ부당사항 등을 적발하고, 1명에 대해 면직을, 6명에 대해 정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우선 감사원이 올해 3월 한달간 5개 은행이 취급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결제성 기업여신 3조 4905억여 원을 표본 조사한 결과, 실제 상거래도 하지 않은 채 대출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전체 대출의 9%인 3168억 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 2014년 허위 외상매출채권을 이용한 대규모 대출 사기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기업이 은행에 거래 명세를 허위로 제출해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상거래자료 조회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럼에도 실효성 있는 지도ㆍ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상거래조회시스템의 경우 일부 은행이 인터넷 대출 정보 등을 연동하지 않거나 은행별 연동시점이 달라 은행 대출 심사 시 기업이 세금계산서를 중복 사용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은행 A 지점의 팀장 B씨는 13개 기업의 대출 업무 등을 취급하면서 실질적으로 대표이사가 동일한 10개 기업이 실제 거래를 하지 않음을 알고도 355억 원의 대출을 진행했다가 결국 208억 원의 손실 피해를 입게 됐다.
또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013년 12월 3개 은행과 합동으로 경영상 위기 상태에 있었던 A기업에 연대보증 및 개인자산 담보를 조건으로 3000억 원을 대출해줬다. 그러나 당시 산업은행 측은 3개 은행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A기업 대표이사가 사임하면 연대보증을 면제해주고, 담보를 해지해주겠다고 구두약속을 했다.
이후 경영상 위기로 A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사임을 했고, 산업은행은 3000억 원에 대한 채권보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담보 등을 해지해줬다. 하지만 A사의 유동성 위기는 계속됐고, 결국 대출 잔액 117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밖에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수출 채권에 대해 단기수출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책임이 발생하는 시기도 잘못 잡아 7900만 달러의 예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단기수출보험은 기업이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은행에서 먼저 대금을 지급해 주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공사가 은행에 손실을 보상해주는 등의 형태의 보험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 측에 대출심사의 적정성을 검사ㆍ점검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하고, 중소기업은행장과 산업은행 회장 등에게는 규정을 위반해 대출을 취급하거나 부당하게 연대보증과 담보를 해지한 관련자 등을 문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