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6% 뛴 배럴당 52.8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7개월 새 최고치다.
지난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비OPEC 산유국들은 하루 총 55만8000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OPEC이 하루에 120만 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한 데 따른 연장선상이다. 당시 15년 만에 OPEC이 감산에 합의하자 국제유가는 사흘 동안 14% 치솟기도 했다. 비OPEC 산유국까지 감산에 가세한 결과 내년 전 세계 원유 공급은 현재보다 2% 줄어들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저유가로 신음하던 OPEC 회원국들은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졌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중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따라서 중국산 제품을 생산하는 유럽과 미국의 물가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역시 주요 물가지표로 간주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지난 9월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 올랐다.
물가 상승 기대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보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3~14일 개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가까운 데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 상승률도 2%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 인플레 기대감에 12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2.5%를 넘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도 전날보다 0.021% 포인트 오른 0.072%로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국제유가 급등에 에너지 관련주도 뛰었다. 12일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은 1.52%,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ENI은 3.72% 각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