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속도가 붙었던 인도 경제가 갑작스러운 화폐 개혁으로 파란이 거세지고 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7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종전 6.25%로 동결했다. 대부분 경제 전문가는 RBI가 0.25~0.50% 포인트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8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검은돈 근절을 위해 500루피(약 8600원)와 1000루피 등 고액권 화폐 통용을 중지하고 새로운 화폐로 교체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시중에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RBI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여러 외부 변수가 작용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90% 이상으로 높은 가운데 실제 인상이 시행되면 금융 시장은 크게 변동한다. 인도와 같은 신흥국에선 자금 유출이 이어진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인도 주식과 채권에서 자본 유출이 거세다. 또한 최근 유가가 상승세인 점도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끼쳤다. 인도는 원유의 80%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외부 환경 변화를 지켜보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금리 동결과 화폐개혁의 부작용이 더해져 인도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졌다. RBI는 이번 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7.6%에서 7.1%로 낮췄다.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 사용이 금지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이다. 인도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개인소비가 차지한다. 또한 생활 경제 거래의 90% 이상이 현금으로 이루어진다. CNN머니에 따르면 화폐개혁의 부작용으로 인도 화폐 유통의 86%가 갑작스럽게 감소했다. 신권 공급이 예상만큼 원활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총 회수 예정금액이었던 14조 루피의 80%를 달성했지만, 공급된 신권은 4조 루피에 불과하다.
RBI는 화폐개혁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반박했다. RBI의 우르지트 파텔 총재는 “화폐개혁은 급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고, 심사숙고한 결과”라며 “발표 전까지 비밀 유지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