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시 10조원 이상으로 규모 확대
금융당국이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 "채권과 대출금리 급등세가 유지되면 기업, 가계, 금융회사 등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채권시장안정펀드 운용 시기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금리나 시장 상황을 봐서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 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채권을 모은 뒤 공공기관 보증을 통해 신용도를 보강한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사들였다.
90개 금융회사와 채권시장안정펀드 운용을 위한 협약이 체결돼 있으며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지원하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최대 10조 원까지 운영할 수 있다. 금융위는 필요시 이 펀드의 규모를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을 검토하는 것은 미국 대선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11월 8일 연 1.43%였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30일 기준 1.71%로 29bp(1bp=0.01%포인트) 뛰었다.
채권 금리 상승 영향으로 11월 중 수요예측을 통한 회사채 발행은 전년 동월의 2조6000억 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1조4000억 원에 그쳤다.
임 위원장은 "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설비투자, 고용 등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2017년 일반 회사채 만기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금융위가 채권시장안정펀드 조기 가동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 규모는 43조188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40조930억 원에 비해 7.7% 늘어난 규모이자 사상 최대 수치다.
신용등급별로는 시장에서 발행이 어려운 A등급의 만기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A등급 회사채의 올해 만기 금액은 7조6240억 원이지만 내년에는 10조7520억 원으로 41.0%나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