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7.3%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 기록…“화폐유통 원래 수준으로 회복돼야”
인도가 화폐개혁에 따른 현금 경색으로 경제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초 화폐 유통 중 80%를 차지하는 고액권인 500루피와 1000루피 화폐를 전격적으로 폐지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검은 돈’으로 알려진 불법 소득과 탈세를 억제하고 지하자금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무리한 화폐개혁에 인도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구권을 대체할 신권은 아직 인도 전역에 충분히 유통되지 않고 있다. 현금 부족에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줄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날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7.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화폐 개혁 부작용을 이유로 이미 인도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다.
L&T파이낸스홀딩스의 루파 레게 니추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화폐는 윤활유와 같다”며 “새 화폐가 구권을 대신해 화폐유통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할 때까지 경제활동에 일부 손실이 확실하게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도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화폐개혁이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여러 부문에 걸쳐 새로운 불편함을 끼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와 인도 정부 관리들은 탈세를 방지하고 디지털 결제를 촉진하는 등 이번 조치가 궁극적으로 인도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패러즈 사이에드 애널리스트는 “이런 화폐개혁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대규모로 이뤄진 적이 없다”며 “이에 대한 영향을 측정하는 일은 아직 매우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인도 경제가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앰빗캐피털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활동이 10%가량 위축돼 이번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앰빗캐피털은 내년 3월 마감하는 인도의 2016 회계연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절반에 불과한 3.5%로 낮췄다. 예상대로라면 인도는 20여년 만에 최악의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무디의 조치로 인도 국민은 갑자기 기존 화폐공급량의 15% 미만으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거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레스토랑에서 자동차,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WSJ는 지적했다. 수만 명의 트럭운전사들이 현금 부족으로 일이 끊겨 놀고 있는 상황이며 농부들은 이전보다 훨씬 가격을 낮춰 채소를 팔고 있다. 많은 건설노동자가 월급을 받지 못해 이들 중 일부는 농촌으로 돌아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델리의 한 주민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모디가 아주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을 말하겠다”며 “화폐개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매우 큰 타격을 줬다”고 비판했다. 델리 소재 건설산업개발협의회의 P.R. 스와루프 사무총장은 “건설 근로자의 3분의 1이 일자리가 부족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다시 자신의 고향인 농촌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