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잇돌대출 승인율 감추는 금융위

입력 2016-11-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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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준 기업금융부 기자

“공개했다가는 당국에 혼쭐나요.”(한 저축은행 관계자)

금융위원회의 대표 정책인 ‘사잇돌2 대출’을 두고서는 설왕설래가 많다. 사잇돌2 대출은 저축은행이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해주는 정책성 상품이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됐다.

당국이 실적을 두고 저축은행 ‘입단속’에 나섰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금융위는 시행 초기, 저축은행들이 저조한 대출 승인율을 일일이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두고 ‘함부로 공개하지 마라’는 취지의 입단속을 했다.

지난 10일, 사잇돌2 대출 실적을 발표 하면서는 ‘승인율 부풀리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금융위가 최종 승인율이 아닌, 서울보증 승인율만 공개한 것이다.

사잇돌2 대출은 서울보증과 개별 저축은행 승인을 모두 거쳐야 한다. 한 군데 승인만으로는 대출이 불가하다. 금융위는 서울보증 승인율이 최종 승인율이라고 강변한다. 저축은행에서 탈락시키는 사람은 단 1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서울보증에서 승인해주는 10명 중 7~9명 정도는 탈락시킨다는 것이 저축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제3자가 아닌, 최종 칼자루를 쥔 그들이 직접 밝히는 내용이다. 저축은행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으로는 받을 수 없는 고객들이다. 업자들은 이를 고려한 최종 승인율이 20% 초반이라고 말한다.

실적을 부풀리거나 미화하는 것의 근간에는 공무원 특유의 ‘공급자 마인드’가 있다. 수혜자인 시민과 고객 입장에서 정책의 효용을 바라보는 ‘수용자 관점’이 덜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댔다. “금융위 입장에선 굳이 개별 저축은행까지 반영한 승인율을 공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공공기관인 서울보증 승인율까지 반영하는 것을 당국의 책임 한도로 보지 않았겠느냐.”

일부 고객에겐 서울보증 승인율이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서울보증에선 대출 합격점을 받았는데, 저축은행에선 거절당하는 사람들이다. 개별 저축은행의 최종 승인율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개선의 첫출발이 될 것이다. 감추고 부풀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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