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퍼]여자의 변신은 무죄인가

입력 2016-11-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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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와 사진작가를 겸한 여자프로골퍼 이기화 전 KLPGA 부회장...

▲이기화
누구나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미지의 세계로 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데다 안주하고 있는 생활을 깨기가 쉽지가 않다. 이는 시간과 경제적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과 취미가 연결되면 더욱 공존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과감히 깨고 나온 여자프로골퍼가 있다. 이제 시니어 중에서도 ‘중닭’에 속한다.

누굴까. 주인공은 한국의 ‘여자 데이비드 리베터(미국의 저명한 골프교습가)’로 불리는 여자프로골퍼 이기화(59) 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부회장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교 때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이보미(28·혼마)의 기술 샷을 지도한 골프선생이다. 이보미는 주니어 시절 다른 골프코치가 있었다. 그런데 홍천 비발디골프연습장에서 주니어 및 프로들을 지도하던 이기화에게 이보미의 부친이 찾아왔다. 이보미가 페이드 볼 등 기술 샷이 필요했다는 것. 그래서 맡았다. 고 2, 3년 때 이보미의 샷을 봐 줬다. 이기화는 당시 이보미의 샷을 보고는 ‘샷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성하겠구나’라고 생각도 했다.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이기화는 대학교 때 핸드볼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다가 서울로 상경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회원번호 43번이다. 국내 토너먼트 프로 43번째는 라는 얘기다. 투어 선수로 활동하면서 어느 날 우승할 수 있을 만한 성적으로 끌어 내리지 못한 것을 알았다.

이유는 골프특성상 주니어시절부터 클럽을 잡지 않으면 다른 운동달리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교습가의 길로 나섰다. 1996년부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주니어들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충무로에 둥지를 틀었다. 호텔 옥상에 연습장을 만들어 골퍼들을 지도했다. 그러면서 주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는 겨울에 틈만 나면 미국으로 건너갔다. 보다 나은 선진국 골프교습을 배우기위해서였다. 바로 데이비드 리드베터였다. 이는 수년간 계속됐다. 스타급 주니어들은 많이 발굴·양성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기도 놓쳤다. 골프에 투자한 시간은 결국 ‘남자 사랑’이 ‘골프 사랑’으로 변해 아예 골프와 결혼한 셈이 됐다. 덕분에 자랑스럽게도 2002년 KLPGA가 선정한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원피스 볼
그런데도 늘 한편으론 마음이 허전했다.

그래서 눈길을 돌린 것이 사진이다. 마음을 채워 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이는 사는 집도 한몫했다. 강원 홍천의 산골에 살면서 야생화를 뜰에 길렀다.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대회 때 골프코스에서 보던 꽃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사진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카메라에도 투자를 했다. 곧바로 중앙대학교 사진 아카데미에 등록을 했다. 이어 전문화과정도 졸업했다. 비록 아마추어 사진이지만 사진도 프로가 되자고 마음을 먹었다. ‘죽기 살기로 찍어대면 프로사진작가 되지 않겠느냐’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리고는 수백장, 수천장, 수만장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사진전도 열었다. 이번이 세 번째다. 2012년 1회 사진전은 ‘지락무락’, 이듬해 사진전은 ‘춤추는 나무’로 2회 사진전을 열었다. 이번 주제는 ‘밸류(value)· 인(人) · 터’ 다.

“나는 목표나 꿈. 어떤 목적도 따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저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물망처럼 엮어진 사람들과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공간. 터전이 있을 뿐이다. 세포 깊숙이 연결된 터전은 타인으로부터 이어받았고. 같이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사람 그가 나이고 내가 그다?”

사진전을 열면서 털어 놓은 그의 속내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2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 반도 카메라갤러리 2층에서 열고 있다. 사진전 갤러이에 그의 제자였던 이보미가 보낸 난(蘭)이 눈에 띄었다.

주로 그의 사진은 그가 처음에 봤던 골프용품과 연습장 주변환경이 주류를 이룬다. 원피스 볼이 그렇고, 퍼시몬 드라이버가 그렇다. 특히 무명이었던 시절 그에게 이동수 패션에서 해준 옷 협찬 것을 잊지 않고 전시 중이다. 그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연습장 그물망이다. 그 안에, 사각으로 엮인 줄에 모든 인생이 담겨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것이 곧, 인생의 ‘가치(value)’이고, ‘사람(人)’이 세상이고, 그들이 어우러진 ‘터’라는 얘기다.

▲불에 담금질하는 클럽 헤드
특이한 것은 사지인화지가 아닌 질감이 뛰어난 한지(韓紙)에 담았다. 그리고 사진틀은 독일의 나무를 사용했다. 프로골퍼인만큼 이번 작품전에도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최고의 기량을 발했다.

그는 이번 사진전 의미에 대해 “골프가 내 몸이고, 내가 만난 사람(人)들이 ‘나’이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터’는 내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준다”고 밝혔다.

그는 마음씨도 곱다. 내년부터 골프장을 순회하며 열릴 예정인데, 판매 수익금은 모두 생활이 어려운 선수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을 것이란다.

보이시한 스타일의 이기화는 나이와 달리 언제나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 사진 못지않게 프로골프 기량도 그대로 갖고 있다. 기술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장타력과 쇼트게임이 주무기로 갖고 있다. 라운드를 할 때는 기술과 코스공략만을 이야기하는 그가 사진에 대해 논하면 어느새 철학자로 변한다는 것을 아는데 그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골프도 어렵지만 사진은 더 심오하고 알면 알수록 결코 정복하기 힘든 그 무엇”이라는 그에게 ‘프로페셔널 사진작가’라는 이름표가 언제쯤 붙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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