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첫차의 경제학

입력 2016-11-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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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이 잦은 업무 때문에 차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변의 많은 조언을 참고해 국산 중형차를 사기로 마음을 굳히고 가격을 알아보았다.

먼저 신차를 고려했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2010년 당시 아반떼는 1448만 원(가솔린·중간 등급)이었지만, 2016년에는 1798만 원으로 약 24%(350만 원)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구주 연령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를 보면 2010년 1분기 39세 이하 가구의 근로소득은 약 350만 원에서 2016년 2분기 389만 원으로 약 11%(39만 원) 올랐을 뿐이다. 스펙(사양)이 좋아져 신차 가격을 올리던 기업들이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신입사원에게는 인색했던 모양이다.

다음 카드는 중고차였다. 중고차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제품에 대한 비대칭적 정보로 우량품을 찾기 힘든 레몬 시장의 전형이다. 생각해보면 취업 시장에서 기업의 정보 역시 비대칭적이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입사를 했고, 중고차를 구매했다.

차를 사고 나니 보험이 말썽이었다. 다이렉트보험이 저렴하다고 유혹했던 유명 대기업의 보험사는 ‘운전 경력이 없고 나이가 어려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정확한 기준의 안내도 없이 가입을 거절했다. 보험을 들지 않으면 차량을 인수할 수 없는 규정을 만든 국가는 민간에 이를 맡기고, 자율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몇 군데를 더 알아보고 나서야 겨우 보험을 가입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거나 적성을 살려 취업을 하면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 같았던 채용 시장의 추억, 공정한 경쟁의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에 대한 분통만 다시금 느꼈다. 그 소박한 꿈이 실현될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가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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