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 주변엔 늘 간신배, 정상배가 우글거린다. 고려 공민왕에겐 노비 출신 승려 ‘신돈’이 있었고, 조선 연산군에게는 ‘희대의 간신’ 내시 김자원이, 광해군에게는 상궁 김개시(개똥)가, 명성황후에겐 무당 ‘진령군(眞靈君·박창렬 직위)’이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을 끼워 넣으면서 과거의 쌍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잘못된 방법이긴 했으나 국가 개혁을 꿈꿨던 공민왕 연산군 광해군,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던 명성황후와 달리 박근혜 씨는 논리력, 언어표현력 등 국가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능력이 너무나도 떨어져서일 것이다.
간신배 소인배 정상배는 마음 씀씀이가 좁으며,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아부와 아첨에 능수능란한 간사한 무리다. 사학자 김영수 박사는 “아부와 아첨꾼들이 간신으로 변모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간신배는 ‘외적이 쳐들어오는 것은 겁나지 않아도 자기 자리 흔들리는 것은 겁을 내는’ 존재들”이라고 설명했다.
소인의 반대말은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대인군자다. 인격과 능력을 겸비한 ‘큰사람’ 대인과 군자는 같은 말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소인배의 반대말로 ‘대인배’가 인터넷뿐만 아니라 신문·방송에도 자주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립국어원은 ‘묻고 답하기’ 코너에서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큰사전 등에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배’가 ‘무리를 이룬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인배’를 쓰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고 밝혀 혼란을 더하고 있다.
언중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해도 ‘대인배’는 잘못된 말로, 듣기 영 못마땅하다. ‘무리를 이룬 사람들’을 뜻하는 접미사 ‘-배(輩)’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물론 ‘-배’는 선배, 후배, 동년배처럼 중립적 의미로도 쓰인다. 하지만 모리배, 시정잡배, 무뢰배, 폭력배, 불량배 등 대개 부정적인 말에 붙지, 좋은 뜻이 담긴 단어는 없다. 게다가 무리를 이루고 파벌을 조성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대인일 리 없다. 한마디로 덕이 높고 고고(孤高)한 대인에게 붙이기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대인배’는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조어(造語)일 뿐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대통령 박근혜. 그는 지금도 반성은커녕 국민을 향한 눈과 귀를 닫은 채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간신들에게만 기대고 있다. 그의 곁에 간신배가 득실거리는 이유다. 나라가 최대의 위기에 빠진 2016년 가을. ‘민심은 곧 천심’임을 아는 진정한 영웅 ‘대인’이 나타나길 기대하며 촛불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