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이노테라피 CTO "모든 출혈에 해결책 제시, 확장성 무궁무진"

입력 2016-11-14 08:49수정 2016-11-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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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신 카이스트 교수, 자연에서 모티브 얻어 개발한 플랫폼 기술로 지혈제·무출혈주사 등 개발

▲이노테라피 이해신 CTO

“피가 나는 모든 곳에서, 출혈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이노테라피의 목표입니다. 생체접착융합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이미 시판된 의료지혈제뿐 아니라 무출혈주사, 생검바늘, 내시경 지혈제 등 의료현장의 니즈(needs)에 맞춘 각종 제품을 내놓을 것입니다."

이해신 카이스트 교수(화학과)는 최근 대전 카이스트에서 가진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노테라피 플랫폼 기술이 가진 무궁무진한 확장성에 대해 소개했다. 이노테라피 최고기술책임자(CTO)이기도 한 그는 홍합에서 유래한 생체접착융합 플랫폼 기술의 원개발자다.

2010년 문을 연 이노테라피는 출혈과 관련한 'First in Class' 제품과 기술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혈우병, 당뇨병, 아스피린 복용자, 암 환자 등의 치료에 사용가능한 출혈없는 주삿바늘 개발에 성공해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실리기도 했다.

◇자연에서 얻은 모티브, 화학적으로 모방

"부러진 이를 붙이는 접착제를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이해신 교수가 2004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원으로 생활하며 홍합의 접착 단백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다.

홍합은 바다의 수중 환경에서 접착성을 가지는 단백질로 이뤄진 섬유실을 이용해 이끼나 돌, 수초 등의 표면에 붙어서 자라는 생물이다.

홍합의 강력한 접착 능력은 섬유실의 접착 경계면에 있는 'MefP-3'와 'MefP-5'라는 단백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기존 연구에서 밝혔다. 이 단백질은 DOPA 아미노산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DOPA는 단백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티로신(tyrosine)의 해독 후 변형에 의해 형성되는 특이적 아미노산으로 홍합의 강력한 접착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유추됐지만 더 이상의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

▲도파(DOPA)의 화학적 구조식

단백질 구조 연구를 하던 이 교수는 DOPA의 화학적 작용기인 카테콜 단일 분자가 접착력을 가지는 핵심 물질로 보고 카테골의 표면 접착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카테콜을 통해 수중 환경에서도 표면의 화학적 성질에 관계없이 뛰어난 부착 능력을 가진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원료에서 추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화학적 작용기인 카테콜을 모방했다. 이 교수는 “단백질을 그대로 이용하면 대량 생산이 힘들고 단백질의 특유의 성질이 존재해 플랫폼 기술로 확장성을 가지기 힘들다"면서 "우리는 화학적 유닛을 도입해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물질과 결합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브린글루 한계 넘는 의료지혈제 개발

이노테라피는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처음으로 내놓은 제품은 의료용 지혈제 ‘이노씰’이다. 카테콜과 지혈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키토산을 결합했다.

키토산은 그 분자 구조가 인체와 매우 유사하고 인체 친화성이 우수해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생체 재료이다. 체내에서 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생체 독성이 매우 낮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키토산은 산성(pH 2)에서만 용해가 이뤄지고 체내와 비슷한 중성의 환경에서는 용해도가 지극히 낮아 활용이 어려운 문제점이 존재했다. 이노테라피는 키토산에 높은 친수성을 가진 카테콜 작용기를 결합시켜 중성의 용액에서의 높은 용해도를 가짐과 동시에 키토산의 기능을 유지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이노테라피가 개발한 소재 물질은 높은 수용성으로 혈장과 닿는 순간 용해가 일어나고 지혈막을 형성해 뛰어난 지혈 효과를 보인다. 이렇게 형성된 지혈막은 이후 몸 속의 효소에 의해 자연 분해된다.

피블린 글루 등 기존의 지혈제는 혈액응고 시스템에서 응고인자로 작용하는 물질을 체내에 집어 넣어 응고 기전을 촉진하는 기전을 이용한다. 전신적인 반응을 유도하므로 지혈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안전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출혈량이 많거나 혈우병 등의 혈액응고장애 환자는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이노씰’은 체내 응고기전과는 독립적으로 물리적 막을 형성해 출혈을 막기 때문에 과도한 출혈 이후 응고 기능이 저하되거나 선천적 혈액 응고 장애 등의 질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뛰어난 지혈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노씰은 우선 체외에 사용하는 국소지혈용 드레싱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체내용 지혈용품인 ‘이노씰 플러스’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상처나 코피 등 간단한 체외 지혈부터 각종 체내 처치 및 수술 상황에까지 사용가능한 의료지혈제로의 확장이 목표다.

◇출혈없는 주삿바늘, 내시경·생검 등으로 확장 가능

이 교수와 이노테라피는 키토산-카테콜 결합물을 통해 의료지혈제에 이어 개발한 것이 ‘출혈이 없는 주삿바늘’이다.

주삿바늘에 지혈 제재 물질을 코팅해 지혈 효과를 가진 주사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주삿바늘이 피부를 통과하는 과정을 거칠 때, 코팅한 지혈 제재 물질이 함께 통과하지 못하고 밀려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 교수가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액체의 키토산-카테콜 결합물을 40rpm으로 회전하는 주삿바늘에 떨어뜨리고 1시간동안 에어-드라이(air-dry)하면 아주 얇은 필름 코팅막이 형성된다. 이 코팅막은 기존의 방법보다 얇게 적용이 가능하고 주사 표면에서의 접착력도 좋아 별다른 무리 없이 피부막을 통과할 수 있다.

주삿바늘이 체내로 삽입돼 체액과 접촉하는 순간 코팅돼 있던 키토산-카테콜 결합물이 하이드로 겔(hydrogel) 형태로 변환한다. 그리고 이 겔이 물리적 막을 형성해서 바늘을 제거했을 때 생기는 피부나 혈관의 틈새를 막아준다.

동물 모델에서 실험한 결과, 일반 주삿바늘은 정맥주사 후 800㎕ 이상의 출혈이 발생했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주삿바늘은 바늘 제거 이후 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헤파린 처리를 한 혈우병 동물 모델의 경정맥에 주사할 때, 일반 주삿바늘을 적용한 경우엔 모두 과다출혈로 사망했지만 이노테라피가 개발한 주삿바늘의 경우에는 지혈 작용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

체내 안전성을 측정하기 위해 주사 적용 이후 14일간 혈액 성분을 추출해서 백혈구 수치를 관찰했을 때, 일반 주삿바늘의 경우와 수치적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지혈 제재가 체내에서 머무르는 동안, 독성 반응으로 인한 면역 기전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혈없는 주삿바늘은 의료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 교수는 “물리적 기전으로 혈액 누출을 막는 이 주삿바늘은 혈관 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 적용이 가능하다. 양수검사 이후 양수 누출이 발생하는 산모들이 있는데 우리가 개발한 바늘은 그런 증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출혈 주삿바늘은 의료현장에서 사용이 빈번한 각종 생검(biopsy) 바늘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생검바늘로 활용하려는 제안을 받고 있다"면서 "(뇌척수액이 흘러나올 위험이 있는) 뇌종양 환자의 생검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노테라피는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팀과 공동으로 소화기내시경 지혈제를 개발 중이다.

소화기내시경 시술 중 발생하는 활동성 출혈(active bleeding)을 지혈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에는 플라즈마를 조사해 그 전도성과 열을 이용해 지혈하는 플라즈마 APC 지혈법이 주로 활용됐는데 출혈점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고 조직의 괴사로 인해 환자들의 통증을 느끼고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다양한 고분자와 카테콜 결합, 무한 가능성"

카테콜은 키토산뿐 아니라 다른 고분자와 결합해 활용 가능하다.

하나는 카테콜과 히알루론산을 결합한 유착방지제다. 서로 떨어져 있는 피부와 막, 근육 등이 염증으로 인해 서로 엉겨 달라붙는 것을 유착이라고 하는데 복강의 경우 유착이 발생하면 장 폐색 등의 원인이 된다. 개복 수술을 진행한 환자들에게 잘 일어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유착을 방지하는 성분으로 알려진 히알루론산을 카테콜과 결합하면 접착력으로 원하는 수술 부위에 히알루론산 성분이 계속 머무르게 하며 효과를 증대 시킬 수 있다.

혈관 내피세포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내막에 죽종(plaque)을 형성하는 죽상경화증의 치료제에 알지네이트-카테콜 복합체를 적용할 수 있다.

경증의 죽상경화증 환자에게는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는 대신 약물을 사용하는데 혈관의 죽종을 분해하는 약물을 적용하려고 할 때, 혈액의 흐름 때문에 약효를 발휘하기 위한 고정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알지네이트-카테콜 복합체는 접착력을 가진 약물의 저장고로서 작용해 약물이 계속적으로 적용 부위에 잔류하면서 효과를 발휘한다.

이 교수는 DOPA의 화학적 작용기인 카테콜은 산업적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도파민이 가진 카테콜기의 산화로 생성되는 폴리도파민을 활용해서 혈관내피세포에 친화적인 나노 튜브, 세포나 조직 이식할 때 필요한 생착율 개선제, 효율을 높인 배터리, 접착력을 높인 3D프린팅과 시멘트 보강재 등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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