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상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해도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 흐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차기 미국 정부의 달러 약세 지향과 미국과 일본 금융정책을 감안하면 엔화 가치는 달러당 90엔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교수인 사카키바라는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 동안 자국 고용 중시 등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최우선)’를 내세워 온 점을 들며, “차기 정권은 아마도 달러 약세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시장의 반응이 오락가락 하고 있지만 완만한 엔고와 달러 약세라는 현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화 가치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100엔을 돌파할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향후 6개월 안에 90엔도 가능하다고 봤다.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되던 지난 9일,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우위를 보이자 일본시장에서는 주가가 폭락하고 안전자산인 엔화는 달러에 대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6월 24일 이후 가장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성장 촉진과 재정적자 확대 기대로 주가와 미국 금리가 상승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는 블룸버그달러지수가 약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엔화는 달러당 105.96엔으로 지난 7월 하순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미국 금리 상승과 고용, 수출에 유리한 트럼프의 달러 약세 지향은 시장의 논리로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출렁이기 쉽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경제의 침체를 감안하면 미국 금리도 계속 올릴 수 없다. 차기 정권은 달러 약세 지향이기 때문에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선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여전히 50%라고 예상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지난 9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길 확률은 의외로 50%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현실적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위기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로큐샤 하루미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당선이 일본은행(BoJ)의 금융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판단할 방법이 없지만 가장 큰 위험은 초 엔고의 재연”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실현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