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앓는 기업들… "적자에도 출연금 내고 이젠 수사까지 받아야"

입력 2016-11-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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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 출연한 기업 53개사 중 12곳 작년 실적 ‘마이너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총 774억 원의 기금 때문에 재계가 비상이 걸렸다. 권력과 자본의 유착설이 불거지면서 이 재단에 뭉칫돈을 건넨 대기업 관계자들이 검찰에 줄 소환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적자 상황에서도 모금을 강요 당한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대가성에 따라 범죄 혐의가 성립될 수 있어 ‘정권부역’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함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재계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19개 그룹으로부터 두 재단의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는 혐의를 부인한다면, 곧바로 해당 기업에 대한 소환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대기업의 줄소환이 시작된다면 이는 2003년부터 이듬해 봄까지 이어진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앞서 검찰은 롯데와 SK를 시작으로 대기업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석환 대외협력단 CSR팀장(상무)를, 31일에는 SK그룹 대관 담당 박영춘 전무를 불러 조사했다. 롯데는 계열사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총 45억 원을 출연했다. SK도 이미 43억 원을 출연한 상태에서 추가로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 원 출연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을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적자 상황에도 재단 출연에는 지갑을 열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 53개사 중 12개사(23%)가 지난해 적자를 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77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이 재단에 총 10억 원의 기부금을 건넸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4500억 원대의 적자에도 4억 원을 냈으며 이 회사의 대주주인 두산도 7억 원을 출연했다. 이 외에도 CJ E&M(8억 원), GS건설(7억8000만 원), 금호타이어(4억 원), 아시아나항공(3억 원) 등 수십,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본 기업들도 기부금을 냈다.

한편 강제 모금설을 강력히 부인해 온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말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재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것이고 따지고 보면 우리도 피해자에 속한다”며 “나라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검찰이 기업에 더 큰 피해가 없도록 신속하게 수사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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