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의 일을 검사해 증명하는 것을 ‘팩트 체크(fact check)’라고 한다. 선거 유세 중에 후보자가 내세우는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후속적으로 체크하는 시스템을 일컫는 이 용어를 상품의 구매 행동 영역으로 옮겨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민단체나 소비자 모임에서 식품의 안전기준을 제시하고 유통 중인 제품의 광고가 소비자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제조회사 스스로 ‘진실의 밥그릇’을 내놓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관련 규정과 법적 테두리가 소비자의 피해를 그나마 막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법이라는 것은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방책(trick)을 양산하는 ‘힌트(hint)’로 전락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홈쇼핑 채널에서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판매 방송을 보면 ‘체중감소’, ‘피부미백’, ‘탈모방지’라는 자막이 구매심리를 자극한다. 하지만 그 옆에 조그맣게 쓰인 ‘도움을 줄 수 있음, 개인차 있음’이라는 문구를 인지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쇼호스트도 굳이 개인차가 있음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법적 규정에 대한 ‘면피 레이아웃’의 일환인 셈이다.
또 다른 사례는 필자의 회사에서 출시한 얼굴 마사지 기계의 홈쇼핑 판매 과정이다. 피부 미용 효과는 있으나 사용 중 마찰을 통해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 때문에 라이브 홈쇼핑에서의 시연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의견이 엇갈렸다. 물론 10분 정도 지나면 붉은 기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채널 재핑(zapping) 과정 중 구매 선택을 하는 홈쇼핑의 구매 환경에서는 꽤 중요한 사안이었다. 결국 피부 붉어짐은 일시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선행해 노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행히 소비자는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업체가 떳떳하게 밝히자, 고객의 불안이 사라진 셈이다.
이 두 사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허위·과대 광고의 기준이 ‘법적 문구가 있고 없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예견된 취약점을 알고서도 이를 감추고 ‘어찌됐든 팔면 땡’이라는 저급한 판매 방식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소비자의 피드백이 선행되어야 한다.
진실한 기업문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소비자의 현명한 피드백이 예견되어 있음을 부담으로 느낄 수 있는 광고의 팩트 체크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치와 언론의 무분별한 ‘카더라 통신’이 제품의 광고 과정에도 개입되어 있는 한, 소비자는 허울 좋은 호구가 될 테고, 화장품 기업은 연구개발(R&D) 대신 ‘예쁜’ 용기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것으로 가성비를 높일 것이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유독 우리나라에만 100년 브랜드가 없는 까닭 역시 소비자의 팩트 체크가 광고의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독립된 위엄 있는 광고의 팩트 체크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