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런 정부가 지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었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총리 역시 그렇다. 청와대 참모들도 교체되거나 손을 놓고 있고, 장관들이나 그 아래의 관료들 역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대통령을 대신할 총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동력을 대통령으로부터 얻든지 아니면 사고를 벗어나 국회와 그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야 정당들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만두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국회와 여야 정당의 모습은 더욱 걱정스럽다.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일반국민은 야구장의 관중과 같다. 공을 잘 치지 못하고, 또 잘 못 던지면 비판과 비난을 하고 야유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보기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을 관중의 권리라 할 수도 있다. 선수나 감독으로서는 “당신이 해 봐라” 할 수도 있지만, 관중은 그래야 할 의무가 없다. 관중은 그저 관중이다.
하지만 프로선수와 감독은 다르다. 언제든 대신 들어가 치고 던지고 지도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비판과 비난에다 야유만 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국회와 여야 정당이 바로 이 프로이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고 있으며, 국민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 또 엄청난 권한과 권리를 위임받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비판과 비난, 그리고 야유만으로 안 된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을 내어 놓아야 하고, 또 이를 실행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국정동력의 원천이 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들에게 프로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여당인 새누리당을 보자. 잘못된 선수를 감싸고도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대통령 연설문이 흘러나간 데 대해 당 대표가 “나도 대정부질문을 할 때 친구들 이야기도 듣는다”고 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주 일요일에야 겨우 거국중립내각 안을 내어 놓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야당은 이보다 빨리 안을 내기는 했다.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가 거국내각을 이야기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여야 합의로 총리를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모두 그 진정성을 의심했다. 거국내각은 정당이나 그 지도자들이 지명한 선수들이 들어가 뛰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실력이 다 드러나게 되는데 과연 그렇게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제1야당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더 컸다. 다음 정권을 거의 잡았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그런 모험을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당이 거국내각을 주장하자 제1야당은 발을 빼고 있다. 거국내각 구성보다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이야기와 함께 대통령의 탈당 등 여당이 쉽게 수용할 수 없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달고 있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끝으로 대통령이다. 동력을 잃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비우고 양보할 것은 과감하게 비우고 양보해야 한다. 불길이 거셀 때는 차단막을 멀리 설치해야 한다. 타들어가는 곳 바로 앞에 물을 뿌려봐야 불길은 잡히지 않는다.
그러는 한편 이런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여야로 하여금 하루빨리 국정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에 합의해 줄 것을 촉구하는 일 등이다. 국정 공백을 길게 방치할 수 없음을 호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이래저래 국민은 불행한 관중이다. 프로답지 못한 프로들을 보며, 프로보다 더 크게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