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새내기 관측보조원의 첫걸음

입력 2016-10-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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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경 기상청 직원

▲장유경 수도권 기상청 직원
내가 기상청에 들어와 처음 근무하게 된 곳은 서울을 대표하는 기후관측소이자 1933년 개소해 기상 역사가 숨 쉬는 서울기상관측소다.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을 대표해 관측하는 만큼 보다 정확한 관측이 이루어져야 하고, 언론의 큰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라 많이 부담스러웠다.

서울관측소에서의 첫 전문을 넣을 때는 코드 입력을 실수해 수도권청과 백령도관측소 등에서 연락이 쏟아졌다. 서울 지리에 미숙해 가장 가까운 AWS(자동기상관측장비) 위치가 어디냐는 질문에 당황해 답변을 못 하거나, 예보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전화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첫 근무를 끝내고 나니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동안 배웠던 것과 실전의 차이에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같이 근무하는 분들의 격려로 다행히 차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교육받으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을 꼽자면 단연 뇌전이었다. 평소 뇌전이 있는 날에는 창문을 꽉 닫고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해왔던 뇌전을 ‘기다리며’ 방향과 거리, 강도를 ‘관측’해야 한다니! 밖에서 뇌전이 계속 발생하는 와중에 안에서는 뇌전 관측이며 황사관측장비 계획정지에 정신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엔 뇌전이 잠잠해질 때까지 전 근무자와 둘이서 초시계를 손에 쥐고 관측을 이어 나갔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나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늘을 바라보거나 풍경을 볼 때 어떤 구름이 얼마나 있는지 가늠하게 된 것이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가 관측한 값들이 뉴스와 신문에 발표될 때마다 뿌듯함도 느꼈다. 또한, 12시간 3교대 근무를 직접 경험하니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일하는 기상청 분들의 노고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처음은 언제나,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다. 그중 관측보조원의 첫발을 다른 누가 아닌 내가 내딛게 되어 영광이다. 내가 많이 부족하기에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지만, 계속 공부해서 하루빨리 한 사람의 관측자로서 몫을 다하고 싶다. 그래서 다른 이에게 누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곧게 걸어나가, 마지막에는 누군가의 지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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