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자동차 분야의 득과 실은?

한-미 FTA에 이어 한-EU FTA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협상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미 FTA에서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던 자동차 분야가 이번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앞선 한-미 FTA와 다른 점은, 당시에는 미국 측에서 적극적인 협상의지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우리 측에서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협정 체결 후 시장확대에서 우리 측의 자신감이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협상에서 유럽 연합은 관세 철폐보다는 비관세장벽, 즉 기술표준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 연합을 비롯해 외국에서 수입되는 차들은 일정 대수를 넘어서지 않는 경우 그 나라의 자동차 인증 기준을 인정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수입차 시장이 4만 대가 넘어서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한국에서 별도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규정 변경을 요구하는 측의 입장도 설득력이 있다.

특히 국내 관련 법규를 내세워 유럽이나 미국에서 적용되는 기술이 한국에서 쓰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외국 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바꾸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앞 유리창에 속도를 비롯한 자동차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도 수입차 업체들의 항의로 최근 적용되는 추세다.

그러나 그 외에도 풀려야 할 관련 법규가 많아서 정부 부처 간에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자동으로 차간거리를 유지시켜주는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같은 장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충돌 테스트에 관한 자체 법규가 없는데, 이에 대한 법규를 마련해 수입되는 모든 차에 적용할 계획을 수년전부터 해오고 있다. 현재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 테스트한 자료를 인정해왔었다.

만약 한국 자체의 충돌 테스트 규정을 마련할 경우, 해외 업체들은 여기에 맞도록 차를 제작할 때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자동차 선진국의 테스트를 통과한 차가 한국에서 불합격을 가능성은 적지만, 자국 내의 테스트 결과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판매에 악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 연합은 OBD(배출가스 자가진단장치) 관련 법규 시행으로 한차례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미국에서만 적용되는 이 제도 때문에 유럽산 휘발유 차들의 상당수가 올해부터 수입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EU FTA가 시행되면 국내 업체들은 무관세로 드넓은 유럽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미 FTA보다 유리한 점은 소형차가 상대적으로 많이 팔리는 유럽 시장이 국내 업체들이 공략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입차의 경우 유럽 메이커들이 득을 보겠지만, 현재도 유럽산 차의 선호도가 높아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유럽산 차들은 대부분 고가여서 8%에 이르는 가격인하 효과가 별로 크지 않을 전망이고, 오히려 미국 업체들이 피해를 보지 않겠냐는 예측도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이번 협상 결과가 자동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