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리더십·과감한 의사결정 ‘책임경영’ 기대”
삼성그룹의 3세 경영시대 서막이 올랐다. 그동안 ‘무대 뒤 경영’을 했던 이 부회장이 위기 상황에서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만큼, 이재용 체제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뢰 위기로까지 번진 갤럭시노트 사태를 해결하고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삼성그룹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3세 승계의 화룡점정인 지배구조를 마무리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도 남았다. 본지는 국내 경영학자 3인으로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국내 경영학자들은 ‘갤럭시노트7’ 사태로 표출된 삼성전자의 위기가 삼성그룹 전체의 신뢰와 맞닿아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에 과감한 의사결정이 오늘의 삼성을 만든 만큼 이 부회장이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삼성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찾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 부회장이) 경영총수로서 전면에서 책임경영을 하는 것이 사회적 기대이며 그런 확실한 리더십과 과감한 의사결정이 오늘의 삼성을 만든 만큼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 영업이익의 3분의2 이상이 삼성전자에서 나온다. 조직의 비대화와 내재화는 그룹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재용 체제 아래서 조직 개편의 핵심 키워드로 ‘경쟁’을 꼽았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삼성그룹이 갤럭시노트7 사태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며 “(반도체·가전·모바일) 3개 부문으로 돼 있는 삼성전자를 분사하고 수직계열화 문제도 풀어 날렵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삼성은 내재화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원가관리에는 좋을 수 있지만 협력업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이건희 회장이 강조해온 ‘메기론’에 입각한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건희 회장은 포식자인 메기를 미꾸라지 무리에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더욱 튼튼해진다는 메기론을 통해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부회장의 숙제로 남아있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 일부 전문가들은 대기업 소유 제한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 선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외국은 창업주는 지분율이 얼마 되지 않아도 의사결정권을 안정화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대주주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법이 많다”며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터놓고 이야기해서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의 창업 주주들은 일반주주보다 10배의 의결권을 인정하며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