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냐 미디어냐…미국 이통사 AT&Tㆍ버라이존, 짝짓기 승자는

입력 2016-10-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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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 통신업계 “변해야 산다”…업계 1위 버라이존 야후 인수·2인자 AT&T, 타임워너 인수

미국 양대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과 AT&T가 포화 지경에 이른 업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다른 베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버라이존은 정보·기술(IT)에, AT&T는 미디어에 각각 거액을 투자, 둘 중 어느 쪽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업계 2위인 AT&T는 지난 22일(현지시간) 854억 달러(약 97조 원)에 미국 종합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쪽 업계 사상 최대 규모로, AT&T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아우르는 기업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이보다 앞서 버라이존은 지난 7월 야후의 핵심사업인 인터넷사업부를 4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이동통신 거인들이 이처럼 거액의 베팅에 나선 건 이동통신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버라이존과 AT&T 모두 수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두 기업 모두 이동통신 사업만으로는 향후 성장을 도모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동영상의 보급으로 통신 및 미디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업종을 초월한 경쟁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기는커녕 기존에 있던 가입자를 지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크레이그 모펫 모펫네이선슨 애널리스트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스마트폰이 이제까지 이동통신 업계 급성장을 이끌었다”면서 “그러나 이동통신 업계의 성장을 이끌 ‘그다음의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AT&T가 돌파구로 삼은 건 콘텐츠다. 랜달 스티븐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동통신 업체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도약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에 인수한 타임워너는 HBO와 CNN 등 방송사 외에 영화사 워너브라더스 등 우수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미디어 그룹이다. AT&T는 지난해 위성TV 업체인 디렉TV를 485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반면 버라이존은 페이스북 구글 맞서는 IT 기업으로의 발돋움을 구상하고 있다. 버라이존은 온라인 광고 사업에서의 존재감 구축을 위해 지난해 44억 달러를 들여 인터넷기업 아메리칸온라인(AOL)을 인수했다. 여기에 올해에는 야후까지 손에 넣었다. 다만 야후 건은 최근 야후 계정 해킹 여파로 인수가 다소 불확실해졌다. 이외에 버라이존은 컴플렉스미디어, 어섬니스TV 등 비교적 중소 미디어 업체에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AT&T와 버라이존의 규모를 통한 성장 전략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AT&T의 경우 자회사인 다이렉TV 가입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다이렉TV의 가입자 이탈은 이번에 인수한 타임워너도 오랫동안 머리를 싸매온 문제이기도 하다. 버라이존 역시 최근 쇠퇴한 야후의 이미지를 회복시키고 젊은 층의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버라이존은 지난 3분기 저조한 실적으로 이미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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