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 정책사회부 차장
국세청은 최근 조선일보 계열사인 조선뉴스프레스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선뉴스프레스는 월간조선사와 주간조선이 2013년 합병한 회사로, 월간 산과 여성조선 등 10여 개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조선일보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등 정부의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 비서관에 대한 각종 의혹을 조선일보가 잇따라 보도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세청 세무조사가 착수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조선일보가 우병우 비위 의혹을 제기해서 (청와대와) 정면 충돌한 직후 국세청이 조선일보 계열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며 “시계를 되돌려 70년대 언론 탄압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조선일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세계일보는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그리고 그 이듬 해인 1월 22일 ‘국세청 내 중수부’로 알려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통일교 관련 회사인 ㈜청심과 ㈜진흥레저파인리즈 등 청심그룹 관련사를 대상으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제 아무리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이고, 특별 세무조사라 하더라도 청와대에 민감한 기사를 쏟아낸 언론에 대한 세무조사를 불과 수개월 내에 착수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역린(逆鱗)을 건드린 언론의 혹독한 대가(?)라고 분석하고 있다. 역린이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군주가 노여워하는 군주만의 약점 또는 노여움 자체를 가리킨다.
전국시대의 유명한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는 역린에 대해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며 “역린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크게 출세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돌아보면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특별감찰관실 직원들도 역린을 건드린 희생양으로 비유될 수 있다. 특별감찰관실의 주요 업무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을 조사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실의 끝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이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곧바로 특별감찰관실 직원들에게 ‘당연퇴직’을 통보, 사실상 특별감찰관실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일보와 조선일보, 그리고 특별감찰관실 해체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 그 중심에는 역린과 군주의 노여움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물론 누군가는 이 모든 사건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우연의 일치로 인해 조성된 분위기는 또 다른 누군가가 보더라도 역린을 건드린 대가는 혹독하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