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주식 거래 금지, 기본권 침해 논란

입력 2016-10-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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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금융위원회에 이어 금융감독원도 주식거래 금지 정책을 밝히면서 ‘묻지 마’식 기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기습적으로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강경한 내부 여론에 부딪치며 한발 물러났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사내 게시판에는 “임직원의 주식거래 금지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내 협의를 거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16일 언론을 통해 금감원이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전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방침을 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내 여론이 악화하자 온건한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거래 기준’에는 직원 주식거래 횟수를 분기별 10회, 투자금액은 근로소득의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장외주식 거래는 아예 불가능하고 상장 주식을 거래할 때는 사전 신고해야 한다. 이마저도 업무 시간에는 거래할 수 없고 사후 거래 내역도 분기마다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선물, 옵션, 파생결합증권(DLS)은 파생상품이라는 이유로 매매를 금지했으나 비슷한 구조인 주가연계증권(ELS)은 현행 기준으로 투자를 허용하고 있는 등 규제 근거와 수준이 다소 모호한 상황이다.

특히 공무원 집단인 검찰과 금융위보다 금감원에서 주식거래 규제가 강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여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말 검찰은 대검 반부패부·감찰본부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금융조세조사부, 특수부 등 주식거래 유관 부서를 중심으로 검사와 7급 이상 검찰공무원의 주식거래를 금지했다. 금융위도 4급 이상에 대해 주식 거래를 규제했다.

해외 사례에서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영국 금융보호감독청(FCA)은 내부 규정에 따라 직원들이 주식을 매입할 경우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거래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검찰은 물론 금융당국에서 발생한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자는 대부분 팀장이나 국장 이상 고위직급이었다”며 “일반 직원들이 접근 가능한 정보로 얻을 수 있는 부당이득은 매우 제한적인데 수호해야 할 공익에 비해 기본권 제한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자진신고 절차를 강화하거나 제약을 어겼을 때 패널티를 강하게 하는 법 개정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법이 아닌 내부규정을 통해 재산권 자체를 금지하는 방식은 상위법 근거를 넘어서며 헌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성과연봉제 적용 여부를 두고 금감원 노·사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산권을 침해하는 사안이 강행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측이 다른 이슈를 막기 위한 용도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3일 국감에서 진웅섭 금감원장은 일명 ‘금수저 채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2014년 돌연 변호사의 경력 조건을 폐지하고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국회의원 자녀를 채용한 것과 관련해 국감장에서 질의가 쏟아진 것. 해당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그해 4월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자마자 무경력으로 금감원에 지원해 8월에 채용됐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감독 당국의 신뢰는 몇 푼 되지 않는 주식 거래를 규제하는 것보다 금수저, 낙하산 채용 등 비리를 없앨 때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당시 채용 담당 임원이 아직도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비리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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