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원대 분양해 놓고 운영중단...피해자들 속수무책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러 돈을 가로채려던 것이 아니며 사업 악화로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아 사업을 중단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악화의 이유에 대해 김영란법 시행 때문이라는 김씨는 “법 시행 전에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회사의 지출이 너무 컸고, 법 시행 후에는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이 뚝 끊겨 더 어려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회사에서 자료를 확보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2014년 4월부터 현재까지의 금전 거래와 골프장 예약 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자료 분석이 끝나면 사기 혐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4일 고소장을 내기 시작해 10일까지 총 65명이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13억 원 가량이다.
하지만 김씨의 진술과 달리 유사회원권 판매는 사기성이 짙어 이미 ‘부도’가 예상됐다. 김씨가 말한 대로 “골프를 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라는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엄청난 분양금액을 끌어 모았는데도 실제로는 돈이 바닥난 것으로 알려져 자금이 다른 곳에 유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유사 회원권은 구입자가 조금만 살펴보면 구조상 피해가 예상된 일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분양업자에게 리베이트로 최소 10%, 많게는 30%까지 분양 즉시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다. 따라서 분양대금으로 ‘그린피 전액을 선납해 주겠다’고한 에스골프의 선전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괼’ 생각을 한 것이다.
2014년부터 4월 분양을 시작한 이 회원권업체의 ‘사기행각’은 구조적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었다. 특히 삼성회원권거래소는 회원권거래소 대표들의 모임인 (사)한국회원권경영인협회에 소속된 공신력 있는 정규 회원권거래업체라는데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한 때 이 거래소는 홈페이지에 판매실적이 500억 원대를 넘어섰다고 공고한 적이 있으나 실제로는 분양 실적을 9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수백억 원대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2010년 토비스레저의 1500억원대, 지난해 11월 리즈골프의 1000억원대에 이어 역대 세번째 규모다.
에스골프는 2014년부터 회원 가입하면 국내외 골프장의 그린피를 정회원 대우로 받을 수 있다는 ‘유사 골프회원권’을 판매했을 당시 광고와 골퍼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을 보고 회원권업계는 ‘또 사기꾼이 등장했네...’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유사 회원권은 골프장 회원권과는 다르다. 법적으로 전혀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일종의 이용권에 불과하다. 오직 믿을 것은 유사 회원권을 판매한 업체밖에 없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이를 구입한 사람은 에스골프가 정상영업을 계속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딱히 대안이 없다.
이번 사기분양은 회원권업체이지만 국내 골프장에서 직접 회원권을 분양하고 도주한 사례도 적지 않다. 70년대 경기 하남의 산성골프장(현 캐슬렉스 서울 컨트리클럽) 대표가 수천억 원대의 회원권을 분양하고 대금을 빼돌려 외국으로 도주하려다 잡혔다. 80년대에는 청평컨트리클럽(현 크리스탈밸리) 대표 백씨도 정식 회원권을 값싸게 팔아 수백 원대를 갖고 외국으로 도주했지만 검거하지 못하고, 임원만 구속되기도 했다.
이용권 성격의 이런 유사 회원권 사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기명으로 발행해 부킹보장과 보다 싼 가격. 그리고 파격 혜택’을 주는 ‘미끼’로 한번쯤 의심을 하면서도 골퍼들은 구입한다. 특히 법인들이 많이 구입하는데, 이는 명문 골프장 단체 예약과 그린피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유사 회원권 업체가 부도가 나면 원금을 보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구입자에게 돌아간다. 골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원금보전이 되는 보증보험증권을 받거나, 아니면 아예 구입을 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