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영길 정책사회부 기자
법적으로 사인(死因)을 규명하는 것은 순수하게 의학적 의미 외에 가치 판단이 개입되는 문제다. 물리적인 원인을 밝히는 게 아니라, 형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따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소견이나 부검 결과는 그 과정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고(故) 백남기 씨의 사인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법원에선 범죄 행위가 이뤄진 시점에서부터 사망할 때까지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과관계를 규명한다. 경찰이 규정을 어겨 사람의 머리, 최소한 상반신을 겨냥해 물대포를 쐈고, 사람이 죽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 것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인가, 물대포를 맞았기 때문인가. 경찰의 살수가 ‘과실이든 고의든 위법한 공무집행’이라는 판결도 나왔다.
먼저 이야기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폭력조직원을 찌른 사람을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의학적 사망 원인이 김밥과 콜라를 먹어서 생긴 합병증 때문이었더라도, 그것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은 이상, 합병증 때문이 아니라 칼에 찔려서 죽은 걸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쉽게 말해 김밥 먹고 죽는 사람이 어딨냐는 것이다.
다시 고 백남기 씨 문제로 넘어오자. 과연 물대포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사례가, 칼에 찔려 병원에서 김밥과 콜라를 먹고 사망한 사례보다, 인과관계가 덜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검찰이 당장 집중해야 할 문제는 부검보다 위법한 공권력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