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 68곳 조사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생활용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다급하게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5년 동안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없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전수 조사를 하겠다는 정부의 뒷북대응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29일 오전 노형욱 국무2차장 주재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고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치약 등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CMIT·MIT)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제조업체 68곳이 생산한 모든 치약에 대해 CMIT·MIT 성분이 들어있는지에 대해 이번 주 전수조사를 완료한다. 정부는 치약뿐 아니라 화장품 생활화학제품의 CMIT·MIT 현황도 조사해 리콜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의 12개 제품과 부광약품의 ‘시린메드 치약’에서 미원상사의 원료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있다.
CMIT·MIT는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돼 논란을 빚었지만 흡입이나 섭취가 아닌 치약처럼 닦아내는 용도로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치약에 혼입된 원료 잔류량은 유럽 기준인 15PPM보다 현저히 낮은 0.0044PPM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치약이 화장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있어 사용허가가 난 물질이 아닌 데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전수조사를 해 국민의 불안감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같은 유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살생물제 관리제도 도입, 발암성물질 등 고위험 원료물질 관리 강화, 제품성분표시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음 달까지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본적인 관리감독시스템조차 손질하지 않고 있었다는 데 대해 소비자들의 불신이 크다.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최모 씨는 “정부가 기초 생활용품의 유해성을 감독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믿었었다”며 “이 닦고 머리 감는 것까지 왜 마음을 졸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를 엄격히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